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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Mar 28. 2023

콘야의 메블라나 피데

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1-1

튀르키예에는 눈을 즐겁게 하고 코를 향기롭게 하며 입을 홀리게 하는 맛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어느 지방, 어느 식당을 들어가서, 어떤 요리를 주문해도 거의 실패하는 적이 없다. 육즙을 가득 머금은 고기 요리와 매우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져 미각의 향연을 벌인다.

최대 밀 생산국 중 하나라서 그런지 최상의 밀가루로 만든 겉바속촉의 무한리필 빵까지 곁들이면 세상 근심이 다 잊혀진다.




[피데(Pide) 이야기 1-1]

콘야의 메블라나 피데(Mevlana Pide at Konya)


한 달 동안의 행복한 휴가, 튀르키예로 출발하는 길엔 촉촉한 겨울비가 내렸다. 간다, 튀르키예의 맛있는 것들을 즐기러...!!


한 달 동안의 휴가, 그래서 한 달 꼬박을 그토록 사랑하는 튀르키예를 올곧이 돌아보기로 했다. 행복한 여정을 이어가던 중, 중앙 아나톨리아에 위치한 콘야(Konya)에 온 이유는 두 가지다.

이슬람 신비주의 교파 메블라나 교단이 태어난 콘야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느끼며 수피댄스를 목도하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크지만, 사실 콘야에서 유명하다는 튀르키예식 피자인 피데(Pide)를 먹어보고 싶었던 이유에서이다.


카파도키아 괴레메의 작은 버스정류장에선 다행히 콘야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여행자들은 여행할 때 필수로 거치는 카파도키아에서 바로 안탈리아로 가거나,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여행 기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데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콘야는 생경한 지역이기 때문에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나는 긴 배낭여행 중에 있었으므로 시간이 많았고, 정말이지 꼭 콘야의 메블라나를 보고 싶었으며, 그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메블라나 피데를 먹어야겠다는 집념 때문에 콘야로 간다.


콘야(Konya)의 식당에서 시킨 아다나 케밥(Adana Kebab). 하지만, 나는 피데(Pide)에 더 마음이 쏠려있다.


괴레메로부터 3시간 남짓, 점심 무렵이다. 콘야에 도착하자마자 식당부터 찾는다. 그 순간만큼은 메블라나 사원보다 중요하게도 배가 고프다. 숙소를 찾아 무거운 배낭을 내리고, 무작정 거리부터 걷다가 그냥 마음에 끌리는 식당에 앉아버린다. 종업원인지 사장님인지 메뉴판을 건네며 빙긋 웃는다. 참 친절한 미소에는 존중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 식당뿐 아니라 한 달 동안 튀르키예를 여행하며 느낀 것이다. 메뉴판을 건네는 표정과 손길에서 정중함과 상냥함이 묻어난다.


“콘야 피데가 유명하다면서요?”


아저씨가 유창한 설명을 쏟아낸다. 밀도 좋고, 재료도 신선하고, 우리 가게 피데가 최고라는 뭐 그런 설명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뱉어진다. 맛있는 피데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치즈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크이말르 피데를 추천한다. 아다나 케밥도 한 접시 시켰다. 터키 여행 중 온갖 맛있는 것들에 홀려, 먹는 양이 많아졌다.

얇은 반죽에 간 고기와 치즈를 올려 화덕에 구운 크이말르 피데가 나온다.


비주얼부터 환상적이다. 아다나 케밥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왔지만, 사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피데를 콘야에서 처음 먹어본 것도 아닌데, 뭔가 느낌이 다르다.


피데는 콘야를  더 유명하게 만드는 이유임에 틀림없다.


한 입 베어 물어본다. 화덕 쪽에 더 노출된 반죽의 바삭함 때문에 와삭! 소리가 나고 감동을 느낄 새도 없이 좔좔 흐르는 양고기의 육즙과 맛이 느껴진다.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다가 그 고소함은 끝까지 여운을 남긴다. 안쪽의 반죽은 쫄깃거린다. 우물우물, 입안에서 엄청난 향연이 펼쳐진다.


같이 서빙된 뻘건 양념이 눈에 띈다. 토마토 베이스인지 고춧가루 베이스인지 잘 모를 정도로 갈아놓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니) 매운맛이 추가되면 더 좋은 것 같아서 뿌려본다. 약간의 매운맛이 융합되면서 또 다른 미각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제야 깨닫는다.

콘야는 피데가 정말로 맛있는 곳이고, 그래서 메블라나만큼 '피데'가 유명해진 곳이라는 것을. 대식가가 되어 순식간에 여섯 조각의 피데와 아다나 케밥까지 모조리 해치워버린다.

주인이 놀라는 눈치다. 혼자 온 여자가 저걸 다 먹다니. 상관없다. 나는 긴 휴가를 떠난 행복한 여행자이고 여기 피데가 놀랄 만큼 맛있다는 사실만이 현재로선 중요하니까.


그 어디에서 맛보지 못했던 갓 만든 담백한 치즈의 크리말르 피데. 간 고기과 향신료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피데 이야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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