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분명 시작은 좋았다. 전형적인 아이돌팝의 화법에서 탈피하여 아이칠린만의 매력을 보여준 선공개 싱글 <BITE ME>와 <DEMIGOD>은 이후 공개 되는 새 미니앨범에 있어 확실한 스텝 업을 기대할만큼 좋은 성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와 기대가 무색하게도 미니 3집 계획의 마침표가 되어야 할 타이틀 <ON MY LIPS>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만이 가득할 뿐이다.
개성이 넘치던 두 선공개 싱글과 다르게 타이틀은 사운드의 구성이나 전개 모두 아이돌팝의 전형적인 틀을 따르며 의문만을 자아낸다.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가 단독으로 작사하며 이를 홍보에도 활용하였지만 이 또한 작사가의 이름값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
타이틀을 뒷받침 해줄 수록곡이 있다면 충분히 보완이 되었겠으나 타이틀을 제외하면 1월과 2월에 나누어서 공개한 선공개곡 두 곡과 지난 2021년에 발매한 미니 1집 수록곡 <La Luna(달의 아이)>의 2024년 버전뿐인 단출한 구성이다 보니 이조차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두 달간의 좋은 빌드 업을 무색하게 하는 부실한 구성 탓에 앨범 크레딧 속에 담긴 '모두 다른 매력을 담아 큐레이팅하며 리스너들의 무료한 일상 속 짜릿한 자극이 되고 싶은 ICHILLIN'의 마음을 담은 앨범'이라는 설명도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성급한 앨범 발매보다 한번 더 숨고르기를 했다면 지금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