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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te Music Jul 03. 2024

루셈블 미니 2집 <One of a Kind>

앨범 리뷰

포스트 루나(LOONA, 이달의 소녀) 시대에 접어든 이후 다소 조용한듯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앨범 활동을 전개하는 루셈블이다. 

포스트 루나 아이돌의 활동도 어느덧 2년 차에 접어들어든 만큼 이들의 노선도 서로 제각각인데, 가장 먼저 츄는 홀로서기 후 미니 1집과 싱글을 발매하며 이달의 소녀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립하였고, 이어서 아르테미스 역시 재데뷔 선공개곡 <Birth>와 <Flower Rhythm>으로 이달의 소녀와 분명히 구분되는 음악 노선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뚜렷하게 찾아낸 두 아이돌과는 다르게 이번에 리뷰하는 루셈블은 흥미롭게도 기존의 이달의 소녀가 들려주었던 음악 노선을 계승하는 모습이다. 물론 데뷔 프로젝트 싱글부터 유닛 앨범, 그리고 아이돌 명반으로도 언급되는 이달의 소녀 데뷔 앨범과는 결이 다르지만 이후 발매한 미니 2집 <[#]>부터 여름 스페셜 앨범 <Flip That>까지의 색채와는 일정 부분 닿아있다. 

본격적으로 앨범의 구성을 살펴보았을 때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은 셀프 타이틀 앨범이었던 전작의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잡혀있다. 가장 먼저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인트로 트랙으로 앨범의 전체적인 형태를 잡아 두었다. 이어서 진취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가사에 담고 캐치한 훅을 가미한 <Girls' Night>를 타이틀로 삼으면서 나름의 서사를 이어간다. 

더불어 전작의 <Real World>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Boomerang>, 그리고 전작의 <Newtopia>와 마찬가지로 매끄러운 전개가 매력적인 팝 <He Said, I Said>를 수록하며 타이틀의 업템포 분위기를 보조하는 것도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루셈블의 모든 멤버들이 곡 작업에 참여하고 이달의 소녀 멤버인 이브가 이들을 위해 곡을 선물한 점까지도 지난 앨범과 같다.


물론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전작과 다른 점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절제하는 듯 담백한 전개로 묘한 매력을 자아냈던 전작 <Sensetive>와 다르게 이번 타이틀 <Girls' Night>의 구성은 청량하면서도 베이스의 그루브를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여기에 수록곡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Moonlight>나 <Truman Show>, <Starlight> 같은 곡들을 배치하며 이전보다 더욱 입체적인 구성을 시도하였다.

다만 지난 앨범의 기조를 따르다 보니 개선해야 할 부분도 그대로 이어졌다. 먼저 이전 소속 걸그룹과 구별되는 루셈블만의 정체성이 희미하다. 엄밀히 말해서 이달의 소녀의 틀을 완전히 따르는 것은 아니기에 두 팀 사이의 차이점도 있긴 하지만 그 간격이 크지 않고, 또 두 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도 루셈블만의 것이 아닌 현 세대의 트렌드를 따르는 구성이다 보니 정체성 문제는 이들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포인트이다.

또 이달의 소녀의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이전 팀과 멤버 구성이 다르다 보니 보컬과 댄스 퍼포먼스에 있어 이전에 비해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앨범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비교적 고르지 않거나 트랙 배치가 원활하지 않아 흐름이 끊기는 구간이 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포인트를 개선한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뜬금없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전 소속 걸그룹의 멤버들로 재결성하여 재결성 팀의 음악적 색채가 이전 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비지의 디스코그래피를 떠올려본다. 비비지 역시 이들이 몸담았던 여자친구의 그림자를 벗어나고자 노력을 거듭하였고, 결국 지난해 11월에 발매한 미니 4집 타이틀 <MANIAC>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비비지와 마찬가지로 루셈블 역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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