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경우 Jun 06. 2024

김창열 화백 3주기 회고전 <영롱함을 넘어서>

예술의 본질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feat. 갤러리 현대)

평생을 걸쳐 물방울을 탐구해 온 화백, 김창열 화백의 3주기 회고전이 이번에 갤러리 현대에서 열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영롱함을 넘어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총 38여 점을 작품들이 소개되었어요. 특히 이번 회고전을 기념하여 다양한 컬렉터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회고전이라고 보입니다.


회귀 ECH89005, Recurrence ECH89005, 1989, 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mounted on Canvas.


김창열 화백님의 물방울 작품은 사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저 또한 김창열 화백님의 작품을 많이 사랑하는 만큼 개인전이 열리면 바쁜 스케줄을 마다하고 꼭 가는 편입니다. 화백님의 작품 매력 중 하나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작품들이 다르게 보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아마 평생 동안 하나만 탐구해서 화백님의 개인사적인 수행과 추억이 결부된 물방울을 상당히 정교하게 묘사했고 동시에 허구적이고 몽환적으로 연출했기 때문에 깊이감과 다채로움이 있어서 매번 다르게 느꼈던 거 같아요.


김창열 회고전을 연 갤러리 현대의 전시 전경


예전에는 물방울 여러 개로 여백을 가득 채운 작품들이 호감으로 다가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여백이 많고, 물방울 하나를 영롱하게 그려낸 작품이 저한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유는 물방울 하나가 보석처럼 부풀어 올라 단호하게, 결정적으로 어두운 배경에 하나로 놓이는 것이 물방울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묵직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완벽한 상태로 부풀어서 물방울이 숨김없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결정체로 보였어요.


그리고 어두운 여백을 보면 김창열 화백님이 꽤나 고독한 예술가 이셨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방울, Waterdrop, 2012, Oil on Canvas, 162cm X 112cm


이번 전시에서 하나 더 좋았던 거는 물방울 조형물이었습니다. 바닥에서 조명에 빛을 받아 반짝이는 투명한 물방울들이 감각적으로 놓여있어요. 신선하게 빛나는 모습이 평소에 회화작품 안에서만 봐서 그런지 낯설고 다른 존재로 느껴졌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이례적이고 특이한 감각을 발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작품 속에만 있던 물방울이 이제는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게 아닌가 싶었어요.


조형 작품 '의식', '의식B'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 김창열 화백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일 수 있는데 "예술의 본질은 결국 일루전(Illusion) 일 텐데, 이것을 재검토해 보려는 게 나의 예술입니다."라는 글귀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어요.


사실 사람들은 단순히 물방울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김창열 화백님의 작품을 보러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작품 속 물방울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 이걸 일루전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은데 시각적인 자극보다는 그 보이지 않는 것. 예를 들면 놀라움, 경이로움을 경험하기 위해 관람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글귀라 너무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캐치하기 위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창열 회고전을 연 갤러리 현대의 전시 전경


이번 회고전은 1970년대 처음 물방울을 접했던 그 순간의 영롱함을 캔버스와 한지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화백님의 의지와 물방울의 영롱함을 또다시 뛰어넘으면서 예술의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한 50여 년간의 미적욕망과 탐구심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사실 대중적으로 되게 유명한 화가의 글을 쓰는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저 말고도 글을 적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창열 화백님의 작품 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영롱한 물방울을 관람하면서 많을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브런치 스토리에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상운 작가의 색상이 주는 다독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