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취향과 유행을 탐색하는 대신 자신만의 독자적인 속도와 리듬으로 작품활동을 하시는 홍성준 작가님의 <Where did it come from?> 개인전을 다녀왔습니다. 현재 작가님의 개인전은 서정아트에서 오는 6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홍성준 작가라고 하면 레이어 시리즈가 먼저 떠오릅니다. 레이어 구조를 다각도로 관찰해서 늘 우리 주변의 일상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통찰하며 미처 몰랐던 부분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죠.
Study Layers 72, 227.3cm x 181.9cm, Hanji & Acrylic on Canvas, 2023, 출처. Prompt Project.
작품들을 실제로 보면 마치 디지털 사진처럼 매우 섬세하게 보이지만, 사진이 아닌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들입니다.
작품을 처음 보면 드는 생각은 '작품이 되게 예쁘다.'로 시작해서 작품 속 종이가 펄럭이는 모습과 파란 하늘에 구름이 담겨있는 그림을 보면 시원해 보입니다. 그래서 작품에서 마치 탄산음료를 마신 듯한 청량함 그리고 상쾌한 느낌을 받았어요.
Study Layers 98, 194cm x 130.3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서정아트
사실 홍성준 작가님의 개인전은 개최할 때마다 줄 곧 찾아가서 감상했었는데, 예전에는 주로 '층'이나 '겹'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많았고, 레이어와 그 깊이에 관한 일루전(환영)을 평면 상에서 강조하는 방식이 보였었죠.
이번에 서정아트에서 하는 개인전은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인 '깃털', '공기', '비눗방울'과 같은 이미지들이 시각적, 촉각적 물질로 나타난 모습입니다.
홍성준 개인전을 연 서정아트 전시전경. 출처 서정아트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작품이 디지털 사진으로 보이지만, 아크릴물감으로 종이라는 아날로그 소재를 이용해서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품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투명하고 가벼운 종이를 그린 작품을 감상하면서 잡을 수 없는 공기의 흐름을 너무나도 잘 묘사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Study layers 101(Transparent ver.), 40.6cm x 40.5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서정아트
그리고 '종이' 뿐만 아니라, '비눗방울'과 '공기'라는 소재에서도 레이어 작업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Layers of the air 13> 작품은 작품 안, <Touch the sky 44>에서는 작품 밖에서 그림자에 '윤슬'이 내린 것처럼 보여서 작품에 심미감을 더해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시회를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조명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Layers of the air 13, 45.9cm x 33.7cm, Acrylic on Canvas, 2023, 출처 서정아트
Touch the sky 44, 23.2cm x 13.1cm x 1.7cm, Acrylic on formax, 2024 출처 서정아트
<Layers of the air 31> 작품은 비눗방울이 겹쳐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비눗방울이순결한 빛을 뿜어내는게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비눗방울 자체에서 이미 공기를 감싸는 느낌을 받았고,그 속에서 오로라처럼 나오는 빛이 몽환적으로 보였습니다. 비눗방울이 겹쳐짐에서 신비스러운 생동감도 느껴져서 작가의 의도가 잘 표현되었다고 보입니다.
Layers of the air 31, 182.6cm x 228.4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서정아트
마지막으로 전시서문의 전하는 말을 빌려서 적어보자면, '홍성준 작가는 지금까지 축적된 아카이빙 작업의 일환으로서 작가가 눈에 담았던 도시의 풍경, 삶을 메운 시간과 공간의 기록을 과거-현재-미래로 연결한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라고적혀있습니다.
Prompt Project에서 열린 홍성준 개인전 전경. 출처. Prompt Project
현대미술에서는 구시대적인 소재들이 표현방식에 따라 모던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이우환 화백의 '돌덩이'라고 생각해요. '돌'이라는 구시대적 소재를 굉장히 잘 표현했죠.
지금은 우리가 흔히 쓰는 '종이'라는 것도 이제는 전자문서를 많이 쓰고 종이 사용이 점점 줄면, '미술에서 종이라는 소재도 먼~미래에 후손들에게는 결국 구시대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과거-현재-미래'로 연결한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먼 미래의 후손들은 과연 '종이'라는 소재를 그 시대에 맞게 어떻게 모던하게 쓰일지.... 이번 전시에서의 작가님의 의도와는 별개로 호기심이 생긴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