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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Dec 05. 2023

욕심 없이 살기

마음 미니멀리즘


요즘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쓰고 싶은 글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소설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특별히 가지고 싶은 건 없지만 이루고 싶은 것들은 있다. 이것도 욕심이라 할 수 있을까? 욕심이란 분수에 넘치는 것을 탐하는 마음을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내 분수에 넘치는 것들일까? 물욕은 없는 편이지만 성취욕, 인정욕구는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지나친 욕심인지 의심이 들곤 한다.


욕심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고 생각한다. 욕심도 비우고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소하게, 소박하게, 단순하게,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삶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음식이 단순해지자 적은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소박한 음식에 만족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레 물욕이 줄어들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살아가는 게 가능해졌고 그런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포기함으로써 얻는 기쁨을 알고 절제하는 삶은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안겨주었다. 어느새 먹는 것에서부터 입는 것, 생필품, 모든 것에 '꼭 필요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두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에까지 '꼭 필요한 일인가?'를 따져 묻게 된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본질을 찾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군더더기와 욕심을 비우려는 마음이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닫고 있는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채우고자 하는 마음처럼 비우고자 하는 마음에도 끝이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무소유인가? 속세를 버리고 떠난 삶인가? 정말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가? 그건 아닌 것 같다. 한때 그런 삶을 동경했던 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염증이었고 거기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열병에 가까웠다. 간절히 바라는 이상향보다는 현실에 대한 도피처였다. 여전히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사는 삶을 꿈꾸지만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일 터다. 문제는 그 마음을 애써 버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나는 왜 내게 포기를 바라게 되었을까? 불과 2~3년 전만 해도 나는 욕심이 생기길 바랐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생에 대한 의지나 욕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소망했다. 그거라도 붙잡고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럴 때가 있었다는 걸 잊고서 무언가 바라는 게 생겼다며 나를 책망하고 있었다. 욕심부리지 말라며, 내려놓으라며. 간절히 원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을 무시하고 있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사람 마음은 참 쉽게도 변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것 또한 배부른 생각이다. 그토록 원하던 삶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면 축하할 일이다. 잘된 일이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다그칠 게 아니라 나의 욕구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조목조목 들여다봐야 한다.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게 필요한 건 중용과 균형, 나에 대한 믿음이다. 나는 이전의 소비습관과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삶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다. 그런 나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욕구를 먼저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삶은 공허하고 불행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노년의 삶에 접어든 이들, 생의 끝자락에 선 이들은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고 말한다. 그런 삶을 살고 싶은가? 또다시 후회로 살고 싶은가? 더 이상 후회를 떠안지 말자.


더 이상 내 마음에게서 발언권을 빼앗지 말자. 건강한 사람은 자기 욕구에 솔직한 사람이다. 만약 내가 나의 친구라면 지금 내게 어떤 말을 해줄까? 틀림없이 원하는 목표가 생겼음을 축하하며 응원한다고 말해 주었을 것이다. 그렇듯 내게 똑같은 말을 들려줄 차례다. 내게 조금만 더 다정해 주길 바란다. 내 욕구에 솔직해지자.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목소리를 들어주자. 원하는 게 많아진 나의 모습을 삶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자. 내게 찾아온 축복에 더없이 감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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