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남부국민민족인민주 딜라(Dilla, ዲላ) 이야기
01. 에티오피아는 기본적으로 연방 정부로서 9개 주와 2개의 특별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지역에는 별도의 행정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방 정부가 있다.
1. 아디스아바바(특별시)
2. 아파르주(Afar)
3. 암하라주(Amhara)
4. 베니샹굴구무즈주(Benishangul-Gumuz)
5. 디레다와(특별시)(Dire Dawa)
6. 감벨라주(Gambela)
7. 하라리주(Harari)
8. 오로미아주(Oromia)
9. 소말리아주(Somali)
10. 남부국민민족인민주(Southern Nations)
11. 티그라이주(Tigray)
에티오피아는 세부 부족 및 언어가 대략 80개에 달한다. 가장 많은 인구와 지역을 차지하는 오로모종족은 아디스아바바를 중심으로 중부 및 중서부, 중남부 지역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암하라종족이 많다.
02. 내가 살던 딜라(Dilla, ዲላ)는 남부국민민족인민주(Southern Nations)에 속한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육로(6번 국도)로 케냐를 가기 위해서는 이곳 딜라를 거쳐가야 한다. 1970년대 케냐 국경까지 활주로가 완공되기 전에는 육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딜라는 게데오종족들이 살고 있다. 게데오종족은 게데오어를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공용어인 암하릭어로 '안녕'은 '살람노?' 게데오어로는 '나간게?' 오로모어로는 '나가?' 이다.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았던 시절만 해도 에티오피아 교육과정 중 종족언어가 꼭 들어가야 했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암하릭어, 영어, 종족언어(게데오어) 이렇게 3가지 언어를 가르쳤다.
03. 딜라는 커피가 정말 유명하다. 특히 남쪽에서 재배된 커피의 주요 마케팅 지점인 딜라는 커피 무역의 주요 중심지로 남아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예가체프(Yirgachefe, ይርጋጨፌ, 이르가짜페) 커피가 바로 이곳 딜라에서 생산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보통 소작농 그리고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베트남 등에서 재배되는 로부스타종 보다 아라비카종 커피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병충해 등에 취약하여 대량으로 재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04.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355m로 한라산과 백두산 사이의 고도이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후 머리가 어지러운 현상 등은 대부분 높은 고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에티오피아를 갈 때마다 타이레놀을 꼭 가지고 다닌다. 딜라는 아디스아바바보다는 낮은 해발 1,880~1,919m 사이의 고도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지리산의 높이(1,915m)와 비슷하고 할 수 있다. 나는 고도 때문이라도 뛰어다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높은 고도에서 뜨거운 햇볕아래를 걷는 것 자체만으로 힘든 일이다.
05. 나는 과일을 정말 좋아하는데 딜라는 생각보다 맛있는 과일이 없다. 사람들이 보통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맛있는 과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뜨거운 날씨와 스콜성 기후 때문에 과일농사가 잘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딜라에서 재배되는 과일은 주로 아보카도,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파파야 정도였는데 망고도 별로 맛이 없다(맛있는 망고를 구하기가 어렵다). 애플망고는 아디스아바바에 살면서 먹게 되었는데 그것도 케냐에서 수입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에티오피아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길에서 파는 간식이 없다. 동남아 야시장이나 우리나라처럼 길거리 음식이 없다(길에서 파는 은식은 감자튀김 정도이다. 하지만 길에 서서 먹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날이면 내가 먹던 유일한 간식은 콜라, 암보(AMBO, 탄산수) 탄산음료였다. 병째 마시는 에티오피아 콜라맛을 알면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에티오피아에서 먹는 콜라는 정말 맛있다. 더운 여름이면 콜라와 암보를 섞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게 딜라를 소개할 때면 사람들은 그곳에는 뭐가 유명하냐고(볼거리가 있느냐?) 물어본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높은 건물도 없고, 볼거리도 놀거리도 없는 작고 조용한 도시이지만 나에게 많은 추억을 준 소중한 딜라는 자랑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