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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HYE JI Oct 09. 2023

10. 장티푸스라고요?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장티푸스

한국에서 에티오피아를 가기 위해 필수로 맞아야 할 예방접종이 있다. 바로 황열(Yellow fever) 예방접종이다. 황열 바이러스(Yellow fever virus)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서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국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나는 선택사항으로 A형 간염 주사, 파상풍,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추가로 접종했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딜라 시내의 한 식당을 찾았다. 딜라시내 식당들은 맛도 모양도 비슷하지만 그중에서 나름 괜찮다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를 한 번쯤 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에티오피아 보통의 식당은 정말 시끄럽다. 그날도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시끄러운 음악과 침침한 조명 속에서 주문을 했다.


사실 에티오피아에서 오래 산 한국사람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 외식을 하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빠싹 익힌 고기 외에는 바깥 음식을 먹지 않았었다. 특히 전기와 물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어떤 물로 채소를 씻는지 알 수 없고, 과일주스에 어떤 물을 넣어 만드는지 모르기 때문에 샐러드와 생과일주스는 거의 먹지 않았다.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많이 없을뿐더러 자주 가출하는 전기 덕분에 그날 도축한 고기가 아니면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보통 주로 익힌 음식들로 주문을 하는데 그날 닭고기구이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어김없이 정전이 시작되었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닭고기를 한입을 먹었는데 신선하지 않은 닭임을 바로 느꼈고 그 후로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음식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그날이 오늘이었나 보다. 집에 도착한 후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태어나서 경험하지 못한 고통과 아픔을 마주했다. 내가 살던 곳은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 문을 열고 망고 나무를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가야 있는 화장실, 걸어가는 내내 모든 것이 슬로 모션으로 변한 듯한 느낌이었다. 망고 나무를 부여잡고 한차례 쏟아내고 겨우 화장실에 도착했다. 그날 저녁 열도 나고 오한이 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침대 전체가 흔들릴 만큼 오한이 심했다. 그리고 설사와 구토를 반복했다. 열이 나니 두통도 동반한다. 몸을 가눌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날 밤새도록 앓고 시내 의원을 찾았으나 의원에서 해결책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한국에서 접종한 장티푸스를 맞아도 소용이 없는 걸까?


말로만 듣던 장티푸스*를 경험한 후 음식을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 뒤 아디스아바바에서 한차례 더 장티푸스를 앓았다. 주말 이틀 동안 오한, 복통, 어지럼증, 고열, 설사 등으로 인해 탈수 증상이 심했고 월요일에 명성병원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았다. 그리고 이후 입술 전체에 열꽃이 피었었다(그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잠시 고민할 정도였다).

*장티푸스: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enterica enterica, serovar Typhi)에 감염되어 발생하며 발열과 복통 등의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본적으로 수인성 전염병이다. 즉 물을 통해서 전염이 되게 되는데 위생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타이피균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감염자의 대변 속에 균이 묻어 나오게 된다. 이때 다른 사람이 감염자의 대변(기저귀 등)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은 경우 식사 중에 본인의 입으로 들어가 감염된다. 또는 마시는 물(상수)이 깨끗하지 않은 경우 감염자의 대변 물(하수)이 섞여서 지역 전체가 감염되기도 한다.


이상한 것은 두 번 다 여러 명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아픈 사람은 나뿐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아무리 익힌 음식이라도 바깥에서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후 에티오피아를 갈 때마다 내 컨디션을 확인하고 외식을 한다. 내가 분명 다른 이들보다 예민해서 더 조심하는 편이다. 에티오피아를 자주 가봤다고 해서 결코 편안한 것만을 제공해 주는 곳은 아니다. 알수록 더 조심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에티오피아 방문 시 상비약을 늘 챙겨 가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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