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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보기 Dec 12. 2024

[회귀본능] 3. 14년 만의 하와이 여행, 회귀본능

- 나의 '어쩌다 부동산 투자'談



   그와는 달리 내 마음의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휴직기간 내내 이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고향 동네로 자꾸만 마음이 향했다.

결혼 이후, 바쁘고 정신없는 삶 속에서 자주 만나지 못해

친정 부모님이 그리워진 것이었을까?

이제 막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정말 서울로 전학을 가면,

 학습능력이 오를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고향동네는 신혼동네에서 서울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이다.

 차로 쉼 없이 이동해도 2시간. 직장과는 차로 10분 정도 더 멀어지는 셈이었다.

남편 직장도 마찬가지로 멀어진다.

그 누구도 돌아오라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오랜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고,

부모님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막냇동생의 취업 걱정으로 한시름이었다.


 만약 간다고 해도 손녀딸을 봐주실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왠지 일단 그곳에 가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았다.

그땐 그랬다.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이 될 것 같은 기대,

친정엄마도 자주 보고, 가족들과 자주 오가다보면 가족애도 더 좋아질 테고….

그러면 남편도 조금 멀어진 직장과의 거리는 괜찮다 할 것 같았다.

 심지어 고향동네는 남편이 한창 빠진 러닝과 각종 생활체육 인프라가 잘 갖춰졌으니,

 모두가 만족할 것만 같았다.

  


  3박 5일간의 하와이여행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와이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할 TOP3에 든다는 스노클링 명소와

미국 유일의 왕궁이 있는 다운타운, 호놀룰루 미술전시관과

호텔 수영장에서의 달밤수영도 어느덧 추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와이는 처음이신가요?”  돌아가는 콜택시 안에서 한인 택시운전기사는 물었다.


  “신혼여행 이후 두 번째예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간 부부들은 꼭 다시 찾으시더라고요.”

익숙한 모습이라는 듯,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우리는, 그리고 그들은 어째서 다시 하와이를 찾았던 걸까?      


   

여행 내내 여전히 아름답고 변함없는 하와이 안에서 여행하는

우리의 모습은 사실 십여 년 전과 다름이 없었다.

신혼여행은 좋은 순간도 많았지만, 남편과 싸우지 않고 넘어간 날이 없었다.

아침식사 메뉴 하나로, 사진 한 장 가지고도 수없이 투덕거렸다.

 이제 마흔이 훌쩍 넘은 우리도 그랬다.


뭘 먹을 지, 뭘 사갈 지, 어디로 갈 지, 어디까지 갈 지….

십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의견조율은 쉽지 않다.

이런 모습을 재현하자고 다시 온 건 아니었는데,

10년 전 다툼을 잊고, 잊을만하면 하와이를 떠올렸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출발 직전 퇴사한 직장 경력을 이어갈 수 있을 지 한숨만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네로 돌아오는 게 아니었는데…, 후아, 공항도 너무 멀어졌잖아….’

하와이를 향하던 비행기에서 보던 영화의 중반부를 다시 틀며,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영화 <굿바이> 속 ‘다이고’는 첼리스트라는 직업을 더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고향동네 ‘코바야시’에서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한다.

 그의 새 직업은 지금으로 말하면 ‘장례지도사’,

영화 속에서는 납관사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죽은 사람을 깨끗하게 닦고 입히고 화장해 관에 넣고,

인생 마지막 여정을 돕는 직업이다.

인생 여정의 정리를 돕는 아름다운 일이란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실상은 시체를 만지고, 닦고, 간혹 부패한 시신도 처리해야 했다.

 ‘다이고’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첼리스트라는 직업을 버리고,

납관사를 시작한 그를 타박하고 욕한다.

아내 뿐 아니라 오랜 고향친구들까지도 말이다.

그 역시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을 것이다.


 ‘이러려고 고향을 다시 찾은 게 아니었는데….’

화면 속 주인공의 표정을 볼 때마다 강물을 거스르다 죽음을 맞아한 연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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