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 프리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다 노란 틴 케이스를 발견했다.
'레몬 쿠키 틴 세트'!
더운 여름을 겨냥한 상큼한 레몬 쿠키인가.
노오란 케이스를 보니, 디자인과 포장까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쿠키 맛이 궁금해졌다. 상자를 조심히 들어 뒷면의 원재료를 확인했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 '달걀, 우유, 밀, 이산화황 함유'. 우리 집 둘째가 모두 가지고 있는 알레르기 성분들이라 디자인에 끌려 맛이 궁금할지라도 쿠키는 구매하지 않았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한낮의 후끈한 길을 걷노라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와중에도 노란 쿠키 상자를 떠올렸는데 문득 이주일 전 내가 딸에게 구워줬던 레몬 쿠키가 생각나면서 미간이 펴지고 미소가 번졌다.
딸은 주 2회 수영을 다닌다. 오리발을 하고 수영장 레인을 돌면 팔팔한 초등 아이들이라도 체력 소모가 크다. 같이 수업 듣는 한 학년 위 언니가 당 충전이 필요하다며 간식 나눠 먹기를 제안했고 다섯 명이 돌아가며 간식을 챙겨 오기로 했단다.
"엄마! 내일은 내가 간식 당번이야. 뭐 가져갈까?"
아이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 된다. 알레르기로 보통 과자를 먹지 못하는 아이라 친구들이 나눠 준 간식은 집에 가져온 후 언니에게 준다. 둘째가 간식 가져가는 차례가 되면 나는 베이킹을 한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기록한 6월, 상큼한 맛을 끌어올리고 싶어 레몬 쿠키를 구워 보았다.
레몬을 썰고, 제스트를 만들기 시작하자 주방에 퍼지는 레몬 향이 더위를 잊게 했다.
레몬 쿠키를 굽고 장식을 고민했다.
레몬글레이즈를 뿌리고 애플민트 잎과 레몬 슬라이스를 얹고, 노랑과 잘 어울리게 스프링클도 뿌려두니 먹어보지 않아도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수영 끝나고 현관문에 들어서는 아이를 맞이한다.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나는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아이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쿠키 후기를 언제 들려줄까 시간 끌기라도 하듯 욕실로 들어가 여유 있게 손을 씻고 나온다. 잠시 후,
"엄마! 쿠키 엄청 맛있대. 또 먹고 싶대. 레몬까지 맛있다고 다 먹었어."
장식용 레몬이 시었을 텐데 다 먹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칭찬이다.
그동안 들은 후기들 중 내게 저장된 말은,
"너희 엄마 카페하셔? 아니 밀가루, 우유, 달걀 없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어?"
"엄마! 다들 엄청 아껴서 먹더라고."
"내 간식 못 먹은 친구는 그날 아파서 못 나왔다며, 간식 못 먹은 게 제일 아쉬웠대."
아이들의 거침없이 후한 표현을 들으면 사실 내 마음이 충천된다.
즐겁게 수영 후 맛있게 당 충전하고 이야기 나누며 아파트로 걸어 올 아이들을 상상하면 미소가 절로 흐른다.
(레몬까지 먹었다는 말에 두 번째 레몬쿠키를 구울 때는, 레몬을 미리 따로 구워 신맛을 줄였다. 이번에도 잘 먹고 와.)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상큼함이 솔솔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