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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기 Oct 12. 2023

실패가 사실은 두려웠던 나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저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도푸지는…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실패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실패를 해봤으면 좋겠다고요? 물론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겠지만은,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사수님이 하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있자 사수님은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실수 말고, 실패요. 도푸지는 과감하게 무언가를 도전하는 걸 약간 두려워하는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실패도 없었던 것 같고요.”

 

도전이라…취업 준비를 할 때, 제 자기소개서에는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도전적인 사람’이 그것이었죠. 대학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걸 해보는 걸 좋아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꽤나 다양한 활동을 한 저였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서 안에는 제가 도전적인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예시도 있었습니다. 예시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죠. 약간의 과감함에 양념을 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내 방송국 활동을 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것, 서울에서 강원도로, 서울에서 세종시로의 취재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등등. 제가 한 일에 약간의 의미만 부여하면 곧장 도전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가 도전적인 사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촬영가던 길


그러나 되돌아보면 저는 꽤나 보수적이었습니다. 교내 방송국 보도부장으로 일을 할 때도 다양한 학내 이슈가 있었지만 조금 더 안전한 길을 택했습니다. 별 탈 없이, 큰 이슈 없이, 한 학기가 지나가길 바라며 말이죠. 형식과 틀은 바꿨지만 기존에 쓰던 논조대로 기사를 내고, 과감한 시도는 유보했습니다.

 

사수님 말씀이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실패가 두려웠습니다. 실패가 왜 두려웠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좀 더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공부도 꽤나 잘하는 축에 속했고, 공부 외로 예체능 분야에서도 크게 뒤쳐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주위의 기대(실제로는 아무도 내게 기대를 걸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를 저버리는 게 무서웠습니다. 단 한 번도 주위의 기대에 못 미쳤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푸지는 뭘해도 평균은 하겠지, 평균 이상이겠지' 라는 암묵적인 기대는 단 한 번의 흔들림을 두렵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도전적인 사람인 척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요즘 사회, 혹은 모두들 가고 싶어했던 회사는 조금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에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죠. 제가 바라는 나의 모습, 혹은 주변이 원하는 모습에 숨어 솔직한 나를 자꾸만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제 자신을 속이는 일이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던 방식대로라면 쉬이 저를 속일 수 있었으니 말이죠. 그러나 제 자신을 속이는 일, 혹은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대로 저를 변장하다보면 원래 제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까먹곤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숱하게 등장했던 저 아닌 저처럼 말이죠. 그러나 변장한 모습은 작은 흔들림이 두려운 법입니다. 주변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나 발을 동동 구르는 저처럼요.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도 솔직한 모습을 꺼내어봐야겠다, 다짐하며 사수님의 말씀을 새겨봅니다.





- Editor. 도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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