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Min Oct 14. 2023

너란 사람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일까

너란 존재의 시작은 97년 가을부터이다.

너는 외가에서 첫째 딸이 낳은 첫 손주로서 그들의 두 번째 손주가 태어나기 3년 전까지 사랑을 독차지 했다.

너의 이모들은 네가 태어나자마자 바쁜 걸음으로 퇴근해 병원에 있는 너를 보러 왔다.

너의 외삼촌은 세 명의 조카들이 태어났어도 크리스마스를 이해한 너를 위해 트리를 사서 보내 주었다.

너의 외조모는 네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너를 위해 너의 어머니조차 깜짝 놀랄 만한 브랜드에서 세트로 된 옷을 사 오셨다.

검은 벨벳 소재에 고급스러운 골드 리본이 곱게 묶여 있던 드레스와

네가 몇 년은 더 입을 수 있는 그레이 색상의 코트, 같은 색상의 베레모

이 모든 차림에 어울릴 구두까지

너는 그 드레스를 무척 아껴서 어린 네 생각에도 특별한 날이면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직도 너는 나에게 그 드레스와 코트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정말 예뻤는데

하며 회상하는 네 눈빛에는 이미 20년 전 네 사촌 동생에게 줘 버린 드레스에 대한 미련이 있어 보였다.


그 옷을 다시 입고 싶은 걸까

너는 어떤 드레스인 지 궁금해 하는 내게 너는 유치원 입학식 날 7살의 너의 사진을 내게 보여 주었다.

지금과는 다른 단발 머리의 너는 카메라를 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지만 손은 드레스에 향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도 너의 손은 드레스의 끝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머릿속에 잘 간직해 두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어린 날의 네 모습을

순수한 새싹 같이 빛나는 연둣빛의 너를 나는 그때부터 사랑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