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Min Oct 14. 2023

네가 싫어하던 것

미술 시간

너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에 소질이 없던 사람이다.

집에서 어머니와 그림을 그리며 놀 때도 너는 선만 그렸고 어머니는 그럴 듯한 그림을 그려 주셨다.

어린 네 손이 따라 그려 보려고 해도 네 눈에 어머니 그림은 꼭 동화책 그림 같이 멋져 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너는 미술이란 과목을 본격적으로 싫어하게 되었다.

미술 과목이 있는 날에는 챙겨가야 할 준비물이 많았으므로

걸어서 15분 거리의 초등학교까지 걸어가야 했던 너는 손에 무언가를 드는 것을 싫어했다.

그 버릇은 네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하다.

지금도 너는 손에 무언가를 쥐는 것을 싫어한다.

네가 손에 쥐고 다니는 유일한 것은 핸드폰 뿐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미술 과목은 점점 구체화 되어갔다.

너는 중학생일 때 숙제였던 자기 손 그리기 조차 못해 어머니께 부탁했던 사람이었다.

너는 글 쓰는 것에는 여러 번 상을 탈 정도로 소질을 보였으나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전혀 소질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 네게 중학교 때부터 네가 싫어하던 미술 선생이 그대로 고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기는 큰일이 생겼다.

그 미술 선생은 중학교 때처럼 자신의 이름을 디자인 해 보라는 숙제를 내 주었다.

네가 절망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디자인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지 이제 알았다는 네 말도 기억한다.

미술 과목의 실무는 1학년으로 끝이 났다.

네가 후련해 하던 그 순간도 나는 기억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