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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Min Oct 16. 2023

새해를 맞이하는 10월

너의 다이어리들

너는 보부상이다.

너 스스로가 먼저 인정한 사실이다.

너는 1박으로 가는 일정에도 포스트잇 한 장을 꽉 채운 짐들을 모두 가져가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너의 어깨는 항상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었다.


저번 토요일 나를 만나면서 너는 두 개의 가방을 들고 나왔다.

크로스 멨던 출근할 때 드는 백에는 이미 가득 차 있었고

오른쪽 어깨에 멨던 큰 가방에는 온갖 다이어리들이 들어 있었다.

너는 농담조로 노트 팔러 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노트 뿐 아닌 며칠 전 네가 샀던 라벨기와 필통까지 들어 있었다.


지금은 10월, 가을이다.

너는 벌써부터 연말의 시간들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 네가 들고 나온 노트들은 총 7권이다.

새로운 다이어리와 기존에 쓰던 플래너를 내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중 같은 브랜드에서 색상만 다르게 산 두 권의 다이어리를 두고 너는 고민하고 있다.

브라운과 와인 컬러. 둘 중 어느 것을 가계부로 쓰고 일상용 다이어리로 쓸 것인지

이 주제는 온라인으로 산 와인 컬러가 오기도 전에 오프라인으로 브라운을 샀을 때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너는 그 책방을 꼭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 다이어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놓고 또 다른 색상 앞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하면 구매하는 너의 성격을 잘 알기에 나는 너의 고민을 1초라도 덜어 준다.


7권의 다이어리 중 나를 위한 것도 있다.

또 다른 브랜드의 같은 디자인의 세 권 중 한 권이 바로 나를 위한 것이다.

너는 타지로 떠나게 된 내게 매일 같이 편지를 써 주고 있다.

한 권을 다 채워서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내게 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진다.


지금은 카페, 너는 눈 앞의 커피도 잊고 필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필사 노트는 나의 편지 노트, 너의 일기장과 똑같은 디자인의 색상만 블랙인 노트이다.

너는 그 노트를 이틀 만에 자학적으로 완성해냈다.


아직 용도를 정하지 못한 자물쇠가 달린 한 권의 작은 다이어리

너는 그것을 눈 앞에 두고 또 다시 고민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은 사이즈에 무엇을 적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결국 용도를 정하지는 못한 채, 너는 라벨기로 너의 영문명을 뽑아 모든 다이어리에 붙이고 있다.


그 작고 귀여운 다이어리의 용도는 과연 무엇으로 정했을까

아마도 잘 숙성시켜 어느 날 꺼내게 되겠지.

지난 3월에 사고 7개월 만에 꺼내게 된 너의 플래너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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