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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Min Nov 01. 2023

너의 거짓말

자기소개서

너의 자기소개서는 이미 대학 시절에 완성되어 있다.

첫 직장 입사 준비를 하면서 단 며칠 만에 급하게 완성된,

어딘가 굉장히 어설픈 자소서였다.

그러나 몇 년의 직장 생활을 거치면서 너의 자소서도 점점 그럴 듯 하게, 직장인처럼 완성되어 갔다.


너의 자소서 중 장점 칸에는 너 자신의 꼼꼼한 성격은 혼자 하는 활동보다 단체 활동을 할 때 더 빛이 난다고 쓰여있다.


솔직하게 말할까?

너는 단체 활동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그랬던 아이가 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너는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땐 독서가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해 딱히 말리진 않았지만

이렇게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방랑하는 널 보면 유년기의 네 모습이 떠올라 후회가 된다.


책도 좋지만 널 더 세상에 내보냈어야 했다.

네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여행을 보냈어야 했다.

스무 살 알바 때는 잘 적응하고 사람들과 곧장 어울리는 모습에 나름 사회성이 있다고 착각한 내 과오다.


입사하면 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솔직하게 쓰는 게 낫지 않겠냐는 내 얘기에

너는 어차피 이것은 ‘소설’ 이라며 진짜 되고 싶은 너의 모습을 한글 프로그램에 적어 내려간다.

네가 되고 싶은 모습을 자소서에 써 내려 간다.

자소서만 읽으면 너의 모습은 더 없이 사랑스럽다.

단 하나의 거짓말이 있다면 너는 혼자 하는 활동에서 더 빛이 난다는 것.

하지만 회사는 개인적인 사람을 좋아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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