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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말 '로그 인'은 악마의 유혹

2025년 3월 23일 문학 SSG전 2-5 패배

by 한동훈
KakaoTalk_20250323_170103441.jpg 2025 03 23 문학 두산-SSG 기록지

악마가 먹잇감을 정했을 때 선택지는 이미 하나다. 악마는 늘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유혹한다.


두산이 개막 2연패를 당했다. 승부처는 7회말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2-3에서 2-4로 벌어지는 점수가 결정타였다.


두산은 7회말에 들어가며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선발 잭 로그로 계속 갈 것인가, 불펜을 가동할 것인가.

로그는 6회까지 84구를 던지며 3실점을 기록했다. 자기 할 일은 다했다.


정석은 당연히 불펜 가동이다. 아무리 중간투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던질 수 있도록 훈련이 됐다지만 주자가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가장 편안한 상황은 이닝이 시작할 때, 주자가 없을 때다. 더구나 7회에 올라올 투수들은 8~9회 이영하 김택연 보다 약한 편이다. 더더욱 편안한 상황을 조성 해줘야 한다.


로그 역시도 투구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이닝 교대를 거치며 쌓이는 피로도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1)이날 예정된 한계투구수는 95개였으며, 2)두산은 7회를 막을 '필승카드'가 부재했다.


8회 9회는 이영하 김택연으로 막으면 된다. 오직 7회만 문제였다.

그런데 로그가 7회 첫 타자까지 잡아준다? 엄청나게 큰 힘이다.

두 번째 타자 박지환(우타자)은 옆구리 박치국으로, 세 번째 타자 최지훈(좌)은 좌완 이병헌으로 상대한다. 아름다운 계산이다.


악마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로그가 승부에 실패한다면. 주자가 깔린 상황에서 필승조가 아닌 투수들이 나와야 한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로그는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박치국이 무사 주자 1루에 나와서 연속안타를 맞고 2-3에서 2-4가 되는 실점을 했다. 쐐기점이었다.


7회말에 들어가면서 바로 박치국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위와 같은 두산 입장에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KakaoTalk_20250323_170103441_01.jpg 2025 03 23 문학 두산-SSG 기록지


오히려 두산 벤치가 면피하고자 했다면 로그를 7회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7회에 불펜이 털려서 경기를 망치면 설명도 오히려 간단하다.

로그는 한계투구수가 가까웠으니 빼줬고, 다들 아시다시피 7회 불펜이 약하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사실상 책임을 선수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된다.


이승엽 감독과 두산 벤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그려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감독 본인이 책임지는 결단을 내렸다. 실패했을 뿐이다.


2연패를 통해 보다 근본적으로 아쉬운점은 사실 불펜이 아니다.

콜 어빈과 잭 로그가 둘이 합쳐 8실점이나 했다.

몸값하려면 6이닝 2실점씩 해줘도 모자랄 판에 외국인 원투펀치를 쓰고 불펜 싸움을 하게 만든 이들이 원흉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KBO리그 첫 등판이었다는 핑계가 유효하다. 두산은 최지강이 돌아오는 4월 중후반까지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걸 이제 기사로 쓴다면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076/000425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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