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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빵이 Jun 30. 2024

엄마가 있는데, 엄마가 없다

나에게는 엄마가 있지만, 엄마가 없다

      나에게는 엄마가 있지만, 엄마가 없다. 나를 낳고 키워준 엄마가 있지만, 나는 엄마가 없다고 스스로 정의를 해버렸다.


    한 4년전 즘인가. 어떠한 큰 사건으로 인해서 엄마를 더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청소년 기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나는 아빠와 함께 살았지만, 그 이후로도 가끔 엄마랑 왕래를 했었다. 아빠랑 사이가 안좋은거지 나랑 안좋은 것은 아니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빠와 이혼한 엄마의 마음이 백퍼센트 이해되는 건 아니었다. 청소년기의 나를 내팽겨쳐버리고 나에게 이런 상처를 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고등학교때 나는 집에서 부터 분리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청소년기의 나는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었던거 같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의 기숙사로 들어갔다.


    원래 엄마는 내가 성인이 될때까지 이혼을 하지 않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집은 더이상 복구가 불가능 한 상태였고, 나는 기숙사라는 돌파구를 찾았기때문에 이혼을 그때까지 미룬다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이혼을 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엄마와는 꽤 연락을 하며 지냈었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를 이해하게 될거라고?

     4년 정도 전의 한 사건 이후로 나는 엄마가 없기로 했다. 나 혼자 그렇게 정했다.


    나에게 언니 둘이 있는데 언니 둘은 그 일에 대해서 대충은 알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기 때문인지, 나에게는 내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거라고 한다.


   글쎄, 나는 엄마가 되면 엄마를 더 이해하지 못할거 같다.

부모자식 인연은 천륜이다

     흔히들 부모자식의 인연은 천륜이라 끊을래야 끊을수가 없다고들 조언한다.


   하지만 부모자식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들을 참고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사회에서 만난 인연이라면 하지 못할 말들, 행동들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품어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 이 엄마와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고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를 글로쓰면서 이 이야기를 털어버리고, 완벽하게 이겨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겨내지 못한거 같다. 그냥 저편에 밀어둔 것 뿐이지 언제든지 무너져서 밀려들어올수 있는 이야기 인것 같다.


     언젠가 브런치에서 딸과의 결혼 준비과정을 기재하시는 분의 글을 읽은적이 있다. 연재글이어서 다음 글에 기다려질 정도로 열심히 챙겨 읽었었다.


    그분의 글을 그렇게도 좋아했던 이유가 뭘까 자문을 해봤다. 아마도 그런 엄마의 모습이 그립고 부러웠던건 아닐까.


   나도 내년에 결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글이 더욱 크게 와닿았던거 같다.


    아빠가 나에게 혼주 자리에 누굴 앉힐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본 날이 있었다. 만약 내가 엄마가 앉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아빠는 그날 하루 나를 위해서 불편하더라도 엄마를 만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순간 대답을 고민도 하지 않았다.


나 엄마 없어. 나 엄마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


    내가 말하고도 내가 속으로 놀랐다. 한편으로는 고민하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내가 엄마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씩은 고민은 한다. 내가 언제까지 엄마를 안보고 사려나? 하고 말이다.


    글쎄, 엄마가 죽었다고 장례식에 가야한다고 하면 가보려나? 하고 생각이 든다. 이 미워하는 마음이 다 타고 없어져버리면 만날수 있으려나.


   차라리 엄마가 없으면 좋겠다. 미월할 대상도 없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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