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이 묻은 광고는 우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되곤 한다.
독자들에게도 마음속 오랫동안 머무는 광고가 있는가?
에디터는 자그마한 눈송이들이 바람을 타기 시작할 때면, 동아제약 ‘박카스’의 광고와 동서식품 핫초코 '미떼' 광고가 떠오른다. 늘 같아 보이는 하루의 일상 속에서 가족애를 다루는 박카스 광고는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을 따스한 일상으로 만들어준다. 또 미떼 광고는 아이들과 함께해 유쾌하면서도 저절로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단순히 제품의 효능과 기능을 다루는 광고보다도 스토리를 담은 광고는 브랜드/제품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해당 제품과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광고의 감성에 적셔진 이미지들을 일깨워주고 이는 이미지 브랜딩에 큰 영향을 준다.
이처럼 제품에 ‘날개’를 달아준 광고를 알아보자.
- 11번가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반전?!!’ -
당신이 일상의 소음을 무선 이어폰으로 차단한 순간,
누군가는 무선 이어폰을 통해 세상을 깨운다.
이 광고는 실제 인공 와우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공 와우 수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도 이상의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에게 필요한 수술이다. 이 수술을 통해 와우의 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인공 와우를 이식하게 된다.
청각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충분히 낯선 이야기로 다가와 다소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들릴 수 있다. 우리가 단순히 배려심이 없다고 느꼈을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술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들의 삶을 이해시키기에는 매우 세심한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는 난항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비경험자들의 인식과 경험자들의 현실을 잘 넘나들고 있다.
다시 말해, 같은 행위에서도 서로 다른 방향을 지닌 스토리로 공감과 이해를 동시에 달성한 셈이다.
보청 장치를 착용해야만 들리는 인공와우 수술 경험자들에겐,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소음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들려오는 가장 작고 고요한 소음이었음을 전하고 있다. “잘못된 오해가 마음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작은 관심에서 시작될 배려를 유도한다. 이 대사가 청각장애의 오해를 넘어서 이해로 서기 위한 든든한 날개가 되어준다.
- 현대자동차의 ‘Next Awaits’ -
현대 자동차 ‘NextAwaits’ 첫 화면을 차지하는 현대 자동차 수소차 Nexo를 보고 ‘흔한’ 자동차 브랜드의 ‘흔한’ 광고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브랜드의 모델도, 제품의 기능도, 심지어 베스트셀러 하나도 비추지 않는 이 광고는 현대그룹이 지나온 발자취를 되짚어 주는 광고이다.
핸들을 잡은 운전자의 편안한 미소와 부드러운 바퀴의 휠링 장면은 웬만한 자동차 광고의 필수 틀이 되어있다. 아무래도 고가 상품인 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자동차 광고의 고정된 틀에 맞서 브랜드의 가치에 더 눈길을 잡아끈다.
단순히 “우리는 ~한 브랜드이다”라는 멘트의 광고보다도 걸어온 기간을 되짚으며 브랜드가 추구했던 진정한 ‘비전’은 무엇인지를 표현하고 있다. 최신 제품부터 초기 모델까지 되돌린 시간은 자동차를 전 세계로 실어 나르기 위해 다리를 지은 열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상품에 관한 직접적인 광고가 아니기에 즉각적인 광고 효과는 부족할 수 있다. 다만 한 편의 영화 같은 브랜드의 스토리와 서사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데 충분했다. 특히 자동차를 위한 브랜드의 재건은 현대그룹이 자동차에 두는 열정을 표하는 동시에 과거로부터 국가 재건에 힘써온 한국인들의 저력을 보여주며 모두를 감동시킨다.
마치 자동차가 아닌 대한민국을 광고하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며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 도시바의 LED 전구 광고 -
가전제품 중 우리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건 무엇일까?
이 광고는 단순한 호기심의 답변에 감동까지 한 스푼 넣어 답해준다. 도시바 LED 전구 광고는 우리의 곁에서 LED 전구가 처음으로 켜진 그 순간부터 3656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촬영 기술이 획기적이거나 제품이 독특한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2분의 영상 동안 화면 속에는 빛과 그림자만이 화면을 채우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빛과 그림자를 통해 커튼 뒤로 이어지는 한 남자의 인생을 표현하며 전구가 그들을 비추는 마지막 3656일이 되기까지 그들의 가정을 끊임없이 비춰준다. 남성이 한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길러가는 따스한 이야기가 커튼 뒤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항상 말없이 가족들을 비추며 가족의 스토리에 녹아든 전구 광고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훔칠 수 있었다.
이런 힘에 입어 칸광고제에서도 수상을 하게 되었고, 그 후 한 여성의 10여 년을 소개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도시바 전구의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었다. 퍼포먼스는 남성이 아닌 여성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과 함께 온기를 나누며 광고의 연장선을 의미 있게 마침표 찍었다. 스토리 텔링형 광고 중 가장 정적이지만 소비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대표적인 광고이다.
조용히 녹아든 광고 속 '스토리'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해주는 따스한 광고들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