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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 Apr 17. 2023

엄마를 보며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너는 나중에 결혼할 거야?”

“결혼한다면 아기를 낳을 거야? “


종종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다.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항상 같다.


“아기는 못 낳을 거야. 나는 엄마처럼 될 자신이 없어서. “


물론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니 단언하고 가정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매번 같은 다짐이었다.

엄마를 보며 나는 미래에 엄마가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 희생할 자신이 없다고 해야겠다.


-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그리고 지금도 삶의 중심에 나를 두고 있다. 어렸을 땐 그게 얼마나 커다란 결심이 필요한 일인지 몰랐다.

그녀는 아침,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계절이 바뀌어 옷을 사야 할 때도 나에게 입힐 새 옷을 사는 게 우선인 사람이었다. 정작 자신은 하루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었는데, 자신이 입을 옷은 언제 산 지 까마득한데도 그랬다.

자신이 얼마나 지친 하루를 보냈든 간에 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스레 묻는 사람이었다. 내가 시큰둥하게 “혼자 있고 싶다”라고 말하면, 말 문을 열 때까지 언제고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모든 일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다.


-

요즘에는 그녀가 내게 준 사랑이 얼마나 커다란지 하루가 다르게 깨닫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닿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는다.

그녀는 그녀 자신일 때보다 나의 엄마일 때 몇 배, 몇 십배는 더 강해지는 거 같았다. 꼭 엄청난 무기를 손에 쥔 듯 무엇이든 해내보였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일까. 그녀를 보며 늘 궁금했다.

그렇다고 모두 그런 힘을 갖게 되는 건 아니란 것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알고 있다. 자식에게도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 가차 없이 학대하고 폭력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를 낳는다고 모두가 엄마로 불리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런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그녀가 더욱더 대단해 보였다. 그녀는 나의 엄마가 되기로 정하고, 자신의 이름도, 취향도, 생각도 두 번째로 미뤄두기로 결심했다. 그 결정에 있어 조금의 후회도 없다고, 그녀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들으면 서운할지도 슬플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게 준 거대한 애정만큼 누군가에게 베풀 자신이 없다. 그녀가 내보인 깊고 커다란 사랑 아래서 나는 모든 의욕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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