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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 Aug 14. 2023

나의 첫 번째 가족

나의 반려견을 떠나보내던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치길 반복했다. 혹시 모른다고

노란색 우산을 들고 등교했는데 비가 안 와서 짐만 됐다고 투덜거렸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친구랑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고, 친구는 강의를 들으러 나는 남은 공부를 하고 과외 준비를 하러 학회실로 돌아왔다. 이어폰을 꽂고 과제하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안 좋았다. 제대로 받으려고 이어폰을 뺐는데 실수로 전화가 끊겼다. 다시 통화를 거는 찰나 심상치 않은 예감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을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디니? 밥은 먹었어? 목소리가 왜 이렇게 안 좋아.” 엄마는 중요한 얘기를 하고 싶을 때마다 우선 내 컨디션을 살핀다. 내가 기분이 안 좋거나 안 좋은 상황이면 말을 꺼내지 않으려는 배려다. 나는 거듭 괜찮다고 했다.

그제야 엄마는 “그 애가 갔어 “하고 말씀하셨다.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물리적인 타격을 입으면 상처 나고 아픈 것처럼 슬픈 소식을 들으면 마음에 꼭 상처 나는 것처럼 아파오는 것이.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엄마가 먼저 정적을 깼다.


“너한테 말하지 않고 조용히 보내주려 했는데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내일 남원에서 장례 치를 건데 올 수 있니?”

그 와중에 엄마는 내가 힘들어할까 봐 얘기를 안 하시려고 했다. 솔직히 최근에 그 애가 아플 때 곁을 지켰던 사람은 엄마였고, 가는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것도 엄마였다. 그래서 힘들면 백배, 천배는 더 아팠을 거였다. 나는 그 슬픔의 무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건데. 엄마가 괜한 배려를 하신다고 생각해서 미웠다. 나는 당연히 가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건대 그런 생각이 든다.

마침 아무도 없던 학회실, 복도도 화장실도 사람이 없는 듯 고요했다. 그래서 내가 마음 놓고 엉엉 울 수도 있었다. 그 애를 보내주려 장례식 치를 날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내가 결석하고 보내주러 가야 될 일도 없었다.


물론 무슨 일이 있어도 배웅하러 갔겠지만 착했던 그 애가 언제나 그랬듯, 나도 엄마도 편한 그때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가려는 것 같았다. 그 애는 우리에게 정말 끝까지 착하기만 해서 미안한 가족이었다.


장례식 전날. 엄마는 마지막으로 그 애를 안고 잔다고 하셨다.

“얘가 떠나면, 정말 무서울 거 같았는데, 그냥 옆에서 자고 있네. 봐바. 아플 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서성였는데 이제야 편하게 자고 있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시면서 계속 목으로 넘어오는 울음을 삼키셨다.

그렇게 그 애를 보내는 첫 번째 밤이 흘렀다.


2018.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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