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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대디 Oct 21. 2023

힘과쉼

백영옥에세이

“우리는 힘을 주고 태어나, 힘을 빼며 죽는다.

그리고 삶 대부분을 힘을 주거나 빼며 살아간다.

중요한 건 언제 힘을 주고, 언제 빼느냐는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10년 전 읽었던 한병철 교수님의 [피로사회]가 떠올랐다.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피로사회] 본문 중에서)


정말 어렵게 어렵게 작가가 되었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며 글을 쓰시고, 짜임새 있게 사시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이 책 한 권을 쓰는데 40권에 가까운 책을 인용한 것만 보아도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 촘촘하게 글을 쓰는 분인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살면서 경험한 일과 감정을 가벼운 에세이처럼 서술한 것이 아니라 주제마다 단단하게 뒷받침되는 글들이 있었다.


책은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아니면 매일 고민하고 있는 열두 가지 주제에 관하여 친절하면서도 울림 있게 이야기한다.


습관…

습관 만들기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자주 하는가다. (38p)

좋은 습관이 결국 좋은 삶이다. (52p)


느림…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다면 최고의 속도는 무의미하다. (70p)


감정…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는가, 즉 스트레스의 장기화다. (82p)


비움…

풍요의 시대에 모두를 소유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워야 채워진다. (102p)


경청…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내 목소리, 그때부터 나의 진짜 이야기를 듣게 된다. (112p)


휴식…

선택이 무한대로 늘어가는 이 시대에 때로 선택하지 않는 것은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된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쉼과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133p)


자아…

가까울수록 남이라는 것을 서늘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거리 안에서 친밀한 타인이 된다. (141p)


상상…

눈에 보이는 나무의 높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의 깊이에 비례한다. (165p)


만족…

만족을 모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닌 이런 빈틈이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적정한 삶을 사는 것이다. (191p)


일…

가장 무서운 건 끊임없는 자기 착취다. 자기 착취를 내면화하면 자기 파멸은 자동 모드로 진행된다. 프로 일잘러의 정점에 있을 때, 역설적으로 기억해야 할 건 자기 돌봄이다. (214p)


공감…

우리의 생존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의 선의에 달려 있다. 이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더 공감해야 하는 이유다. (226p)


성장…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건 결코 완전무결함이 아니다. 결국 결함이다. (256p)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이 책이 결국 무얼 말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다. “균형을 잡고 잘 살아보자.”가 아닐까 한다.


쉼이 필요한 분들이나 인생의 밸런스가 조금 무너진 분들, 그리고 더 단단한 나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을 책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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