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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아범 일기 Apr 16. 2024

#19 헤어진다는 것.

(725일의 기록)


 아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던 날, 주변을 바라보며 내게 이것 저것 질문하게 될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예상대로 봄의 질문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울음으로 묻는다는 점이다. 밥말고 과일만 먹으면 안 되는거냐고. 씻지 않고 그냥 자도 되냐고. 대부분의 질문에 괜찮다고 달래며 답을 해주지만, 쉽사리 설명하지 못하는 질문이 있었다. 왜 헤어지냐는 물음. 재밌게 놀던 엄마, 아빠와 왜 떨어져야 하는지. 노래하고 춤추던 뽀로로가 왜 무대에서 사라져야 하는지. 애정하던 반창고 속의 공주이모들과 왜 떨어져야하는지. 오열하며 묻는 질문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반창고의 이모가 좋다고 다치지도 않았는데 반창고를 붙인 아기. 너무 오래 붙여서 피부병이 생겼다.


 쉽게 답을 하지 못한 채, 문자창에 시선이 머무른 아침이 많았다. 가족보다 더 아끼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이야기. 호스피스 병동에서 오랜 시간 투병하다 주님 곁으로 간 엄마의 사연. 태중에서 건강히 자라는 줄 알았는데, 심장이 멈춘 태아를 그리워하는 부모의 문자. 쉽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조심스러운 메시지의 주인공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천상의 존재와 지상의 존재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 영적인 도움을 나눌 수 있다는 말. 그래서, 떠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로 위로를 전했다. 코멘트를 마무리하면서 나에게도 물었다. 정말 너의 일이어도 위로가 될까. 그럼에도, 그립고 서러운 마음이 잦아들까. 아이의 울음과 청취자의 눈물에 공감하면서, 전할 수 있는 말은 뭘까.


다시 만날 거라고 말하는 순간. 날 바라보던 눈이 빛났다.


 다시 만날거야.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헤어짐의 순간은 아쉽고 슬프지만, 다시 만났을 때 더 기쁘기 위한 과정이라고. 언제가 될 지는 신만이 알지만, 분명 다시 만날거라고. 조우했을 때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지상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매년 이 맘때쯤 잊지 않겠다고 10년 가까이 말하지만, 삶에 치여 자꾸 지워지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도 치유되길. 오늘의 삶을 잘 일구어가길 기도한다. 언젠가는 나의 일이기도 할 이별의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청한다. 아이의 눈에 박힌 별을 바라본다. 그리고 한 번 더 말한다. 다시, 만날거라고.


+ 10년 전의 일이라는 게 믿기 어려운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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