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새로이 만나는 청년
1999년 3월. 학교는 참 추웠다. 절기상 입춘이 지난 때인데도, 건물은 겨우내 품고 있던 한기를 내뿜었다. 중학교 입학식을 막 마친 학생들은 더 긴장할만한 기온이었다. 내 마음도 얼어붙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입학한 학교. 설렘보다 경계와 불안이 가득했던 복도. 처음 보는 얼굴들뿐이라 낯설어서 이동할 때는 한동안 바닥만 보았다. 한 달쯤 지났을까.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와서 복도를 걸었다. 어깨에 가벼운 통증이 일었다. 당시 유행하던 용어. 어깨‘빵’이라고 말할 만큼 다가오는 학생의 어깨와 크게 부딪혔다. 머리를 젤로 잔뜩 올린 B였다.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내 볼에 불이 났다.
짝!
뺨을 때린 손보다, 뭘 보냐는 말과 눈빛에 살기가 느껴졌다. 어안이 벙벙했다. 한마디 대꾸도 못 한 채 교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화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뭘 보냐고? 널 본다. 그런데 왜 때려? 속에서 온갖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저항하면 더 크게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생님에게, 친구에게 맞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반에서 한 사람이 말을 안 들으면 전체가 아이스하키채로 허벅지 찜질을 당했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대서면 뺨을 맞아도 자연스러운 세상이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웬 말인가. 폭력이 일상인 남자 중학교에서는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어금니에 더욱 힘을 주었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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