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혼을 원하지 않아요.

- 이혼소송으로 찾아오신 60대 여성분의 이야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어느 쌀쌀한 날이었어요. 60대 여성분이 조심스럽게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상담실로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애써 참는 모습이 무척 안쓰러웠어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망설이다 "안녕하세요, 혹시 어떻게 오셨을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이혼을 원하지 않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뢰인분은 남편과 재혼해 10년 넘게 행복하게 지내셨다고 해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고, 뜬금없이 이혼 소장을 보내왔다는 겁니다. 게다가 남편의 외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상황이었죠. 저는 딸 같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어요. "이 결혼을 꼭 유지해야 할까요? 만약 제가 의뢰인분의 자녀라면, 아마 이혼을 권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의뢰인분은 단호하셨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 착해요. 잠깐 저러다 말겠죠. 몸도 안 좋아서 제가 챙겨줘야 해요. 지금 이사한 새집도 그 사람과 죽을 때까지 함께 살려고 마련한 거예요."



그러나 이혼이 성립된다면, 아파트까지 처분해야 할 상황


보통 이혼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등 본인의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지 묻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분은 오직 이혼을 막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하셨죠.

그러나 남편이 재산분할도 크게 청구한 상태라, 이혼이 성립되고 남편의 재산분할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새로 장만한 아파트까지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담이 컸지만, 의뢰인분의 간절한 마음에 저는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여러 차례 서면을 제출하고 변론을 거쳤지만, 남편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이혼을 원했습니다. 가사 조사를 통한 부부 상담도 거부했죠.

저는 다시 한번 의뢰인분께 솔직하게 물었습니다. "이혼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남편분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혼만은 막아야 할까요?"

의뢰인분은 흔들림 없이 "이혼만은 제발 막아주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혼을 원치 않는 의뢰인의 마음을 재판부에 전했습니다.


사실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오히려 의뢰인께서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고 위자료를 받으셔야 마땅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의뢰인께서는 오직 '이혼을 막아달라'는 한 가지 소원뿐이셨습니다.


저는 그 간절한 마음을 재판부에 최대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상대방 측에서 소송을 빨리 종결하려 화해 권고 결정을 신청했지만, 저는 의뢰인의 뜻을 담아 이의신청과 참고 서면을 제출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드디어 판결 선고일.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남편의 청구가 기각되었다는 것은 이혼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뜻이었죠. 소식을 전해드리자 의뢰인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변호사님, 덕분에 이혼하지 않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KakaoTalk_20250923_230815803.jpg 당시 의뢰인께서 보내주신 메시지입니다. :)



며칠 뒤, 의뢰인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남편분이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기쁜 소식이었죠. "당신 변호사가 쓴 첫 준비서면을 읽고, 내가 질 것 같았어"라는 남편의 말까지 전해 들으니 변호사로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의뢰인분을 향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컸던 만큼(면담, 통화할 때마다 우셔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ㅠㅠ), 이 사건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혼 소송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저는 모든 이야기 속에 담긴 의뢰인 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함께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또 제가 맡게 될 이혼소송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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