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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P Apr 18. 2023

유부남의 여자사람친구  

우정이 존재할까?






나는 여대를 나왔다. 


진짜 여대는 아니었지만 여성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학과를 졸업했고 우리끼리는 


장난 삼아 종종 여대로 부르곤 했다.


성 정체성이 태어난 시점 그대로인


남성은 매우 드물었다. 


심지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몇몇 학생들은


나를 동성애자로 알고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들도 몇몇 있었다. 


그럴 정도로 남성은 거의 없었고,


소수 있는 남성조차도 동성애자로 


'지레짐작 당해 졌다.' 


심지어 어떤 이성 친구들은 전공 수업시간에


자기가 만든 작품의 피팅을 보려고 


내가 주위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옷도 훌렁훌렁 벗었다;; 이미 그러고는,


"There's no male in our class. right?"

(우리 반에 남자 없잖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어떤 아이들은 내가 인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옷 속으로 손을 쑥 하고 


밀어넣기도 한다. 


브랜드 라벨을 보려고 그랬다는데,


나는 냉큼, "얘기 좀 하고 집어넣어 기지배야!"


라고 했던 경우도 있고 어떤 아이는 


내 옆에서 팔을 휙 하고 올리더니 


"나 여기 갈비뼈에 이상한 게 생겼어.


만져봐 봐." 이러길래 


"나 남자거든? 왜 이러니;; 조심 좀 해줘"


이렇게 대답을 할 정도로 


막역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나를 남성으로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여자사람 동기들을


여성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온 몇몇 친구들은 나를 


언니라 불렀고, 


나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동기를 


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여자사람 친구들이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정말 허물없이 친하게 잘 어울렸다.


어떤 친구는 밤샘을 하다가도 도저히 


과제를 못 마칠 것 같다는 불안함에 


새벽 4시에 전화를 해서는 펑펑 우는 것이었다.


정말 "어떻게 해" 이 한마디 남기고 


30분을 넘게 울었다.


'나도 시간 없어 죽겠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니;;;'


심정은 이랬지만 그냥 묵묵히 우는 걸 들어줬다. 


아니, 우는 걸 들으면서도 손은 놀릴 수가 없었다. 


학교가 주는 과제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그냥 사람을 있는데 까지 끌어올려서 


막장으로 몰아붙이거나 절벽 끄트머리에서 


밀어버릴 것처럼 피폐하게 만든다. 


정말 피를 말린다는 표현이 이런 건가 싶다. 


그렇게 험난한 여정을 몇 년이나 같이 했으니


이상한 전우애? 비슷한 것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이 학교는 졸업을 했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포기 안 하고 완주를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완주를 성공한 친구들은 진심으로 


서로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다.


'정말 고생 많았다. 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지 내가 다 안다.'       


이렇게 우리는 추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같이 2박 3일 여행을 갈 정도로 


정말 편한 사이였다. 사람들은 여자


네다섯 명에 남자 하나가 낀 이상한 그림을 


힐끗힐끗 쳐다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녀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없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

.

.



????


우정은 긴 시간 동안 함께 한 경험이나 추억을


공유하면서 앞으로의 '살아갈 날에도'


서로를 도와주거나 위로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줘야 진정한 우정으로 본다.


'그런데'


결혼을 한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성 친구들의 배우자 또한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경우의 수는


네 가지가 된다. 즉, 우정의 지속성은


25%의 확률로 줄어들고 애를 써가며 


유지를 시켜야 하는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내 여자사람 친구들이


내 아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경우의 수를


포함하고 나 또한, 그 친구들의 배우자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경우의 수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그 확률은 


12.5%로 더 줄어들게 마련이다. 


 




나의 여자사람 친구들은 지금은 아내가 된


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경우에 속한다.


사람자체를 안 좋아했다기보다 존재 자체를


싫어했다랄까? 무언가 뺏기는 기분이었을


거라고 아내가 이야기를 해 줬고,


남자인 나는 그게 무슨 느낌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들은 그런 게 있어."


뭘까? 여자들의 마음은? 


우정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커다란 테두리를 


바탕으로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같은 결대로 행동한다는 나만의 지식 강령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그 여자사람 친구들에 대한


좋은 추억만 남겨두고 싶은데 솔직히 


섭섭한 마음도 안 생기는 건 아니다. 


특히!! 그중 한 명이 제일 서운하다.


내 결혼식에 안 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연락 한마디 안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너도 뭔가 나에게 서운한 점이 있을 거야.'


'그래도 어디에선가 잘 살아가고 있길 바라며


혹시라도 나중에 마주치면 아무 일 없이


다시 예전처럼 수다 떨고 편하게 시간 보내자.'


그렇게 몇몇의 여자사람 친구와는 연락이


아예 끊어졌다. 이미 바뀐 전화번호는


카톡의 프사로부터 다른 사람의 번호가 


된것 이라는 직관적인 증거를 보여줬으며 


바꾼 전화번호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면 


이미, 우정이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럽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남녀간에 우정이란게 


'존재 할 수 없을 확률이 아주 크다.'


정도로 나의 답변을 번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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