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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Nov 18. 2023

미국 추석, Thanksgiving이기에 바쁜 하루

사실상 일 년이 마무리되는 날

어느덧 2023년이 훌쩍 떠나가 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는지 돌아가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일 년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아직까지 서른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작은 위로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곧 서른이라는 생각에 내가 왜 이렇게 늙어버렸을까라는 생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기에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장기 유학생인 나는 부모님께 항상 죄송할 따름이다.

땡스 전에 이런 식으로 세일 행사를 하곤 한다. 웹사이트에서도 지역 설정을 하면 근처 가게 물건의 세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추석이라고도 볼 수 있는 Thanksgiving은 사실상 일 년이 마무리되는 기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땡스가 끝나고 나서도 12월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땡스가 끝나면 일정이 대부분 마무리가 된다. 마치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전후로 연말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땡스가 그 기준점이다. 그렇다 보니 땡스가 끝나고 나면 다소 여유롭지만 반대로 보면 땡스 전에 대부분의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11월 초부터가 가장 바쁜 시점이고 정신없이 한 달이 흘러간다. 또한 박사생들의 경우에는 내년도 학회에 대한 참석과 발표 자료에 대한 제출이 겹쳐있다 보니 연구, 일, 학회 준비 등으로 대부분 정신이 없는 편이다. 나의 경우는 국제 학회에 대한 여행 경비를 추가로 알아보고자 하고 있다 보니 더더욱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행 경비 지원을 알아보면서 필요한 서류를 프린터 하러 왔다.

그럼에도 밥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기분 전환 겸 가끔씩 요리를 해서 먹곤 한다. 이번주에는 떡볶이이랑 튀김 그리고 소불고기를 해 먹었다. 같이 사는 친구들도 점점 매운맛에 중독이 되는지 소불고기보다는 고추장 베이스로 한 매운 게 더 맛있다고들 한다. 처음에는 조금만 매워도 하나도 못 먹었는데 이제는 내가 몰래 매운 고추장 베이스로 바꿔서 요리를 해도 전혀 매워하지 않고 잘 먹는다. 

이번주는 분식데이
소불고기보다는 고추장 베이스 제육이나 소고기 고추장 볶음을 더 좋아한다.

정신없는 11월이다 보니, 저녁 만들 시간이 부족해 화요일은 타코를 먹으러 갔다.라고 해서 화요일에는 taco tuesday라고 해서 타코 먹는 날이다. 많은 타코 가게에서 화요일마다 타코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타코를 먹으러 자주 가곤 한다. 미국 특성상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주문을 하고도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며,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나가려고 해도 계산서를 가져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한국보다 식사를 빠르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실상 집에서 밥을 하는 것보다 나가서 밥을 사 먹는 게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바쁠 때에는 애들한테 익스큐즈를 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지 않다 보니 가끔은 같이 시간을 보내고자 일부러 가곤 한다.

포크밸리 타코 맛집이다. 솔직히 할인 하지 않으면 비싸다. 하나에 2만원 정도. 세개니까 6만원이 넘는다.

지역마다 맛집 타코집들이 있는데 우리가 간 곳은 매주 자주 가는 동네 타코집이다. 여기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코는 Porkbelly tacos인데 삼겹살이 들어가 있는 타코이다. 삼겹살을 튀기듯이 구워가지고 양념이랑 야채를 넣어놨기에 웬만해서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내가 볼 때는 삼겹살이 가장 맛있는 고기인 거 같다. 여기서 나초 칩을 무료로 주는데 마치 호프집 가면 강냉이를 주듯이 준다. 환경과 거북이를 생각해서 남겨서 버리는 걸 나는 용납할 수 없기에 마무리는 내 담당이다. 결제를 하려고 하니 진이 투게더를 외치며 저녁을 사줬다. 최근에 에어컨 자꾸 고장 나서 거의 3천 달러이상을 에어컨 수리비로 쓰고 있는데 고마우면서 안쓰러웠다. 그래서인지 저번에 방세를 미리 좀 줄 수 있냐길래 한 달 치를 미리 준 적도 있다. T스러운 사람의 경우 "집주인이 당연히 고쳐야 하는 거 아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이 좋지 않아서 생필품은 웬만해서 내가 조금 더 내려고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미국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건 세 금부 터해서 여러 가지로 돈과 시간도 많이 들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하는 것 같다.

토비랑 노는 나

중국 박사생 친구가 에그 타르트를 주려고 사무실에 찾아왔다. 저번에 만들어준 에그 타르트가 맛있었다고 하니 더 만들었다면서 친구들이랑 나눠먹으라면서 에그타르트를 주고 갔다. 중국말로 에그 타르트는 단탄인데, 씨에씨에 단탄이라고 말했다. 나도 가끔씩 중국 박사생 친구들한테 요리를 만들어주곤 한다. 국적이나 문화에 상관없이 유학생 남정네들이 밥을 얼마나 잘 챙겨 먹겠는가. 그래서 가끔 내가 요리를 해서 주곤 하는데, 항상 줄 때는 기분이 좋지만 이렇게 반대로 받으면 다소 부담스럽다. 돈보다도 마음이 들어간 선물일수록 값지다고 생각이 드니 다소 부담스러우면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가게에서 파는 에그타르트보다 훨씬 맛있다. 위생에 대한 의심이 들지만 맛은 좋다.

어느덧 2023년 미국 박사생활도 지나가고 있다. 가끔은 다른 박사생 친구들을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항상 학생이 아닌 연구 교수다라는 마음을 되새기며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 여행 경비 문제도 사실상 추가적으로 연구에 대한 성과 발표를 여러 학회에서 하려다 보니 내가 만들어낸 문제이다. 그럼에도 욕심이 있고 힘들어도 노력한다는 게 내가 하는 일과 연구가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뭐 일단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은 해보며 여행 경비를 바삐 알아보는 중이다. 항상 나에 대한 지원과 도움을 주는 교수님들께 감사드리며, 여행 경비에 대한 도움을 주고자 알아봐 주시는 한국 대학교 교수님들, 그리고 협업 기술 연구 회사 임원진들께 모두 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러다가 집에 지나가는 도마뱀도 감사하다고 할 판이다.) 아무튼 올해 모두들 고생했고 해피한 땡스나 한국에서는 해피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

티비에 나온 내 모습은 웃고 있지만 사실 저건 가면이야 웃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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