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전에는 집에 가자.
땡스 때 놀러 갔다 왔더니 그 사이에 총기 사고로 3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범인이 잡히지도 않고 새벽에 총기범이 돌아다니며 3명을 총으로 쏜 것이다. 내가 있던 서부 텍사스에서야 흔한 일이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플로리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좀 놀랐다. 당분간은 0시 전에는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땡스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주말이지만 나는 이미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되는 프로토타입 모델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비 지원에 대해서 여러 사람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싸워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가서 "연구 경비 지원 좀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이라며 애교 부리는 것이다. 때로는 굳이 찾아서 힘든 길을 걸어가는 나 스스로가 힘들기도 하지만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 연구가 재미있기에 어서 빨리 성과를 보고 싶은 성질 급한 한국 아재일 뿐이다. 다행히도 교수님들이 내 연구에 대한 지원과 조언을 적극적으로 해주시고 계시다 보니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저녁을 먹으며 코드를 봐주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공부 머리가 없는지 아무리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국적불문하고 집에서 집중해서 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눕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 나는 집에서 집중하기를 포기한 지 오래이며, 항상 사무실로 향한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딱 나보고 하는 소리 같다.
전공 건물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저 멀리 마주치기 싫은 중국 학생이 있다. 남에 대한 뒷담을 하며 정작 본인은 실력이 없는 참 초라한 친구이다. 그래도 굳이 나쁘게 굴기는 싫기에 대화를 한다. 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그 역시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가끔은 그의 영어식 표현이 매우 무례해서 대화하기가 짜증 난다. 그리고 남을 험담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엔 내 험담을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별로 좋게 보이질 않는다. 자신의 어드바이저조차도 험담하는 그를 보면 참 한심스럽다. 그럼에도 사람 자체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 그가 나보다 잘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배울 점이 그 친구에게 있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나쁜 마음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남에 대한 험담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조심하려고 한다. 하지만 능력도 없고 허세와 겉멋만 든 사람이 남에 대한 과소평가와 험담까지 한다면 아무리 나의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려야 숨기기 힘들다. 아무튼 잘 이야기를 마무리를 짓고 내 할 일을 하러 사무실로 향한다. 저런 친구 때문에 중국인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보니, 나 때문에 한국인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