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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Nov 29. 2023

미국에서 총 맞기 싫으면 일찍 퇴근해야 하는 법

12시 전에는 집에 가자.

땡스 때 놀러 갔다 왔더니 그 사이에 총기 사고로 3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범인이 잡히지도 않고 새벽에 총기범이 돌아다니며 3명을 총으로 쏜 것이다. 내가 있던 서부 텍사스에서야 흔한 일이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플로리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좀 놀랐다. 당분간은 0시 전에는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운동 갔더니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땡스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주말이지만 나는 이미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되는 프로토타입 모델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비 지원에 대해서 여러 사람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싸워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가서 "연구 경비 지원 좀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이라며 애교 부리는 것이다. 때로는 굳이 찾아서 힘든 길을 걸어가는 나 스스로가 힘들기도 하지만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 연구가 재미있기에 어서 빨리 성과를 보고 싶은 성질 급한 한국 아재일 뿐이다. 다행히도 교수님들이 내 연구에 대한 지원과 조언을 적극적으로 해주시고 계시다 보니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냠냠 맛있는 비비고 떡볶이. 소스가 맛있어서 계란 넣어먹으면 완전 맛있다. 양이 적어 나처럼 양 조절 못하는 돼지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이다.

저녁을 먹으며 코드를 봐주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공부 머리가 없는지 아무리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국적불문하고 집에서 집중해서 할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눕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 나는 집에서 집중하기를 포기한 지 오래이며, 항상 사무실로 향한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딱 나보고 하는 소리 같다.

퇴근하고 와서 먹는 짜파구리. 5분 30초라고 되어있는데 미국 전자레인지로는 5분만 해도 면이 벌서 퉁퉁이다.

전공 건물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저 멀리 마주치기 싫은 중국 학생이 있다. 남에 대한 뒷담을 하며 정작 본인은 실력이 없는 참 초라한 친구이다. 그래도 굳이 나쁘게 굴기는 싫기에 대화를 한다. 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그 역시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가끔은 그의 영어식 표현이 매우 무례해서 대화하기가 짜증 난다. 그리고 남을 험담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엔 내 험담을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별로 좋게 보이질 않는다. 자신의 어드바이저조차도 험담하는 그를 보면 참 한심스럽다. 그럼에도 사람 자체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 그가 나보다 잘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배울 점이 그 친구에게 있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나쁜 마음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남에 대한 험담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조심하려고 한다. 하지만 능력도 없고 허세와 겉멋만 든 사람이 남에 대한 과소평가와 험담까지 한다면 아무리 나의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려야 숨기기 힘들다. 아무튼 잘 이야기를 마무리를 짓고 내 할 일을 하러 사무실로 향한다. 저런 친구 때문에 중국인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보니, 나 때문에 한국인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큰 미국 쓰레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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