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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Dec 12. 2023

연말인데 더 바쁜 미국 박사생의 일상

하루가 지난 줄 알았는데 2주 순삭 해버렸다

코딩을 하는 건지 에러를 고치는 건지 모르겠다. 여러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전체가 에러가 나는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마치 앞에 문제 있는 친구랑 대화해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났더니 뒤에 있는 애가 나와서 "저한테는 따로 말 안 해줬잖아요!"라고 듣는 기분이다. 아무튼 해내야지 어쩌겠는가. 그래도 코드 보는 재미에 2주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나도 갖고 싶다 제네시스 g70

우리 동네는 의학과 농업 쪽의 중점이다 보니, 두 전공 분야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 보통 대도시에 가면 물가가 더 비싸야 하는데 이상하게 내가 사는 동네가 더 비싼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내 주변 사람들만 보더라도 연봉이 400K(약 한화 5억 원이상)가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작 출근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한다. (나는 박사라도 잘 마무리해서 끝냈으면 좋겠다.)

고마운 직원분들께 간식을 준비했다.

연말이기도 하고 그냥 전공 부서 직원분들 중에 감사한 분들이 있어 가볍게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솔직히 해당 직원분들이 해줘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항상 질문하면 알려줘서 친한 두 직원분들 간식과 편지를 준비했다. 사실 미국은 친하면 다 친구이기에 나이가 많아도 사실상 내 친구들이다. 다행히도 받고 너무 좋아하셔서 Shy 한국 아재인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도망쳐 나왔다. 돔황챠~

급 추워진 날씨에 파카, 근데 저 인형 너무 귀엽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다들 잠바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플로리다가 항상 더울 것 같지만 북쪽 플로리다의 경우 추운 날도 더러 있다. 추우면 0도까지 가는데 그러다가 다시 또 20도 이상으로 날씨가 올라가기도 한다. 나도 미국 남부에 산지 오래되서인지 0도 가까이만 되어도 너무 춥게 느껴진다. 텍사스에 있던 시절에는 추워도 나시티 입고 다녔는데 이제는 늙기도 하고 대학생이 아니다 보니 잠바때기를 입고 다녀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만약에 텍사스로 유학을 오는 학생이라면 춥다고 옷을 껴입으면 애들한테 놀림받을 수도 있다. "리얼 맨~"이라며 추운 날에도 가죽 재킷 정도만 입고 다니고 비 오는 날에도 비를 맞는 텍산 남자애들한테는 옷을 껴입은 동양 남자애들은 그냥 놀림감이기에 Texan 남자애들이랑 어울린다면 조심하길 바란다.

올리가 뜯어놓은 빵

점심 먹으러 집에 왔더니 홀리몰리 마카로니이다. 우리 집 고양이 올리가 뜯어놓은 현장을 발견했다. 자주 이렇게 뜯어먹어서 빵 넣어두는 드롤러에 둬야 하는데 아무래도 진이 깜빡한 거 같다. 사진 찍어서 리포트를 작성해서 애들한테 보고하고 나머지 빵은 소분해서 넣어두었다. 포테이토 브레드는 진이 좋아하는데 나도 진 덕분에 처음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솔직히 맛을 모르기에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다. 다만 냄새가 약간 신내가 나서 상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원래 향이 좀 그런 편인 것 같다. 일반 빵보다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쫄깃해서 맛있다. 향만 빼고.

오늘은 진의 동생 생일이다 보니, 에이미랑 진은 아래로 떠났다. 나랑 밤에 출근해야 하는 라이언만 남아서 내가 집 가는 길에 피자를 사갔다. 요리할 기운도 없고 망할 코딩 에러가 해결되지 않으니 계속 While loop 안에 있는 기분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국 피자가 맛있다. 미국 피자 도대체 왜 먹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국 피자를 먹을 방법이 없으니, 도미노에서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했다. 도미노는 거의 매일 할인을 하고 있다 보니 웹사이트에서 주문하면 할인받은 가격으로 피자를 먹을 수 있다.

갑자기 비가 많이 오더니 신호등이 나갔다.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는데 비가 갑자기 내린다. 이렇게 가끔 비가 많이 내리면 신호등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역시나 신호등이 전부 나가버렸다. 사진에는 아직 신호등이 들어오는데 저기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 저 streets 전체가 신호등이 나가서 경찰관도 없이 눈치껏 다들 지나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여차여차 생존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좋다

퇴근할 때 보니 우리 마을에 있는 집들이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다. 너무 이쁘게 꾸며놔서 총 맞기 전에 얼른 몰래 사진 찍고 갔다. 사실 꾸며놓은 것도 있지만 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면 전화해서 사가면 된다. 작은 힐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커피 그라인더, 생각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

다음 날 진의 생일 선물이 도착해서 주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커피 그라인더를 줬다. 생각지도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리나케 애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다. 크리스마스 전에 나는 떠날 예정이라 선물 준비를 안 해놨는데 이렇게 미리 줘서 부담감을 더해준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준 선물이 고마울 따름이다. 참고로 그라인더가 고장 난 뒤로는 나는 갈아놓은 커피 가루만 사는데... 다시 원두를 구입해야겠다.

뭐야 거북이가 저렇게 많았어?

귀여운 오리가 있길래 사진 찍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뒤에 거북이가 정말 많다. 나는 그냥 나무뿌리인 줄 알았는데 전부 거북이다. 연말인데 내년을 위해 할게 많다 보니 더 바쁜 거 같다. 나보다 더 바쁜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파이팅 해본다. 다들 행복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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