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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Jan 02. 2024

먹고 마시고 즐기는 텍사스 연말

한국 가기 전에 살 빼려고 했는데

최근 연구를 늘려가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놀 때 실컷 놀아야 다시 또 힘내서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가 아무리 재미있다 하더라도 과하게 하다 보니 막상 효율성도 떨어지고 어느샌가 번아웃이나 슬럼프가 왔었다. 그래서 쉴 때는 제대로 쉬어줘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새삼 더 느끼고 있다. 사실 그냥 내가 어느샌가 늙어버린 유학생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텍사스에 온 김에 실컷 마음 편히 놀기로 했다.

텍사스는 위에서 봐도 끝없는 평지이다.

실컷 놀기로 다짐을 했음에도 마음처럼 쉽게 뒹굴거리기가 어렵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좀이 쑤셔서 뭔가라도 해야 하는 성격인지라 쉬러 왔음에도 이메일과 일정을 확인하는 습관을 버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할 일은 조금씩 하되, 맛있는 걸 먹자로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체다스를 갔는데 맛이 영....실망스러웠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연말이 겹쳐 있다 보니 큰 가게나 체인점이 아니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체다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체다스는 비교적 다른 레스토랑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음식이 맛있는 가성비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가족 단위로 많이 오다 보니, 연말과 같이 사람이 붐비는 시기에는 기본적으로 1시간 이상 대기해줘야 한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다 모이면 매번 밥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보니 가족들과 다 같이 외식하러 나오는 것 같다.

칵테일 양이 엄청나다

아쉽게도 방문했던 체다스는 음식 맛이 너무 별로였다. 아무래도 연말이다 보니 음식 퀄리티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오래된 기름 맛과 너무 대충 한 간 때문에 실망스러웠다. 미국에 경우 아무리 체인점이라고 할지라도 지역, 가게별로 맛이 다르다. 그래도 칵테일은 양이 무지막지하게 컸는데 다행히도 맛이 좋았다.

타코벨 감자튀김 너무 맛있다.

저녁을 해 먹기 귀찮은 날에는 타코벨에서 타코를 주문해서 먹었다. 텍사스에 왔음에도 매주 정기적으로 미팅이 있다 보니 저녁 할 시간이 맞지 않아 타코를 먹기로 했다. 나의 경우 국가나 지역별로 시간대가 다르다 보니 미팅이 오전부터 밤까지 아주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내 시계와 핸드폰에는 항상 호텔 로비에 있는 세계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들이 있는 것처럼 여러 지역과 국가의 시간이 나와있다. 아무튼 타코벨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나초 감자튀김이다. 원래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시즌 메뉴였는데 지금은 항상 판매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초 치즈에 감자튀김 찍어서 먹으면 완전 살찌는 맛이다.

HEB에서 구입한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

미국에는 각 주를 대표하는 마트가 있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 홈플러스처럼 미국에는 월마트뿐만 아니라 주 별로 대표하는 마트가 따로 있는데 텍사스는 HEB가 있고 플로리다는 Publix가 있다. Publix는 플로리다 말고도 다른 주에서 볼 수 있지만 HEB는 내가 알기로 텍사스에만 있는 대형 마트이다. HEB가 좋은 점은 다른 대형 마트들에 비해서 물건 질이 좋고 저렴하다. 주유소도 별도로 있다 보니 솔직히 텍사스에 살면 샘즈 클럽이나 코스트코 멤버십이 굳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Publix는 품질이 좋은 대신 물건 값 자체가 다른 대형 마트들에 비해서 조금 비싼 편인데, HEB는 물건도 저렴하면서 제품들이 좋고 신선해서 너무 좋다.


HEB에서 파는 케이크 중에 과일 올려져 있는 직사각형 케이크가 맛있는데 이번에 괜히 크리스마스 에디션 케이크를 샀다가 실패했다. 너무 달고 축축해서 케이크를 물에 적셔서 먹는 맛이었다. 빵이나 케이크도 맛있는 게 많은데 하필 도전했다가 전부 버리게 되었다.

집에서 간단하게 우동이랑 삼겹살도 해먹었다.

HEB를 간 김에 삼겹살이랑 쌈, 마늘을 사서 간단하게 밥도 해 먹었다. 처음 텍사스에 왔을 때는 삼겹살을 별도로 팔지 않아 직원분께 말씀을 드려서 따로 담아주시곤 했었는데 이제는 삼겹살은 물론 한국 제품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HEB 고기가 신선하고 맛있으니 삼겹살 (Pork belly) 추천한다.

겨울이라 많이 추울 줄 알았는데 낮에는 한여름이다.

한국이나 미국 다른 주에 비해서는 텍사스가 따뜻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플로리다에서 지내다가 온 나로서는 너무 춥게만 느껴진다. 다행히도 낮에는 거의 20도 이상 올라가는 날들도 있다 보니 날씨가 많이 춥지는 않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주 갔었던 스타벅스에 가서 할 일을 하면서 콜드브루를 마셨다. 나는 블랙을 좋아하는데 가끔 콜드브루에 시럽이나 폼을 올려주는 곳이 있기에 항상 블랙을 외쳐줘야 한다. 원래 미국 스벅에 팁이 없었는데 어느샌가 팁을 주는 게 생기고 나서는 좀 그렇다. 이해가 되면서도 팁이 없는 문화에서 살았던 한국 아재인 내 입장에서는 갑자기 생겨버린 스벅 팁에 기분이 좋지는 않다. 다행인 건 갑자기 생겨버린 스벅 팁이 나만 싫어하는 게 아닌지 직원들조차 그냥 팁 메뉴를 안 보여주거나 주지 않아도 되니까 0원을 누르라고 하는 직원들도 있다. 그래도 막상 팁 메뉴가 보이면 스벅 아르바이트생들도 학생이기에 같은 처지인 나로서 팁을 안 줄 수가 없다. (사실 나보다 부자일 거 같긴 하다.)

치즈케잌 팩토리

연말 기분을 내러 치팩(=치즈케이크 팩토리)도 갔었다. 체다 스는 1시간 기다렸다면 여기는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렸다. 티팩은 체다스에 비해서 음식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그만큼 음식 맛이 좋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방문하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특히 레스토랑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디저트인 치즈케이크가 맛있다.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웨이팅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치즈 케이크를 고르면 된다. 

원하는 메뉴가 모두 없다보니 남아 있는 메뉴에서 골랐다.

자리에 앉게 되면 식전 빵을 주는데 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된다. 빵이 거의 돌 수준이다. 그리고 연말이라서인지 주문 가능한 메뉴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 보니 원래 먹으려고 했던 메뉴들을 먹지 못하고 새로운 메뉴들을 먹었는데 나름 꽤 맛있었다. 혹시나 치팩을 방문한다면 애피타이저인 스파이시 튜나를 먹어보길 바란다. 맛있다고 했는데 말만 듣고 먹어보질 못했다.

역시 스테이크는 텍사스 로드 하우스
스테이크 냠냠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가게는 텍사스 로드 하우스였다. 체다스와 치즈케이크 팩토리를 방문했던 날보다 먼저 방문했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레스토랑들이 별로라고 느껴졌다. 텍사스 로드 하우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 중 한 곳이다. 우선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보니 스테이크가 맛있고 가격도 괜찮다. 내가 자주 먹는 립이나 립아이의 경우 한국 돈으로 5만 원 이내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 다른 곳보다 맛이 좋아서 자주 가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워낙 유명하다 보니 텍사스뿐만 아니라 플로리다나 다른 주에도 가게가 있다. 하지만 텍사스에 있는 가게와 플로리다에 있는 가게에서 주는 스테이크 퀄리티나 가게 내부 분위기가 다르다. 텍사스에 방문하거나 놀러 온다면 꼭 텍사스 로드 하우스를 가길 바란다. 내가 갔을 때는 연말이기도 했지만 워낙 인기가 평소에도 좋다 보니 평일 기준 3시간에서 4시간을 대기했었다. 텍사스 로드 하우스는 땅콩을 기다리면서 먹으라고 주는데, 먹고 껍데기는 그냥 땅바닥에 버리면 된다. 처음 텍사스에 오고 텍사스 로드 하우스에 갔을 때에는 버려진 땅콩 껍데기를 보고 사람들이 매너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가게의 테마였다. 그 당시 직원이 나한테 말하길 "응 그냥 바닥에 버려"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던 게 생각이 난다. 이걸 보고 나서야 내가 진짜 텍사스에 돌아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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