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후 Jan 21. 2024

학기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 토네이도

플로리다 욀컴 인사인가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바쁘게들 살아가시다 보니 "제가 바빠서 글을 작성할 수 없었어요."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그냥 그저 나의 박사 생활 일기에 불과했는데 어느덧 구독자분들이 100명이 넘었다는 걸 플로리다에 돌아오고 나서 알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포인트에 구독해 주시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감사할 따름이다. 다른 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고 더 나아가서 조금이라도 내 글을 통해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나는 학기가 시작되어 플로리다로 돌아오게 되었다. 내가 있는 곳은 지역 공항이다 보니, 국제공항이 있는 올랜도 공항을 애용하는 편이었다. 우선은 비행기 편이 아무래도 국제공항이 많다 보니 환승 공항에서 대기 없이 바로 다음 비행기로 탑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비행기 가격이다. 아무래도 나 같은 경우는 왕복 비행기 값이 거의 백만 원이 넘는다.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기도 하지만 지역 공항들의 경우 비행 편이 많지 않다 보니 비행기값이 비싸다. 올랜도에서 뉴욕의 경우 잘 찾아보면 5만 원짜리 왕복 비행기표도 있지만 비싼 경우 비행기 표 값이 과장을 보태서 한국 가는 비행기값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보통 근처에 국제공항이나 더 큰 공항이 있다면 거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는 편이다. 하지만 요새 물가가 오르기도 했고 올랜도로 여행 오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올랜도 비행기값도 작년과 비교해 보더라도 상당히 많이 비싸졌다. 참고로 올랜도는 게이트가 여러 군데로 나눠져 있다 보니 잘 확인해서 입국장이나 출국장 게이트와 번호를 살펴봐야 한다.

출국장 게이트 번호에 맞춰서 라이딩해 주는 친구들한테 알려주거나 우버 기사한테 알려주면 픽업이 쉽다

나는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올랜도로 픽업을 나와달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가기 전에 내가 점심을 사기로 해서 한국식 치킨집을 가게 되었다. 나야 뭐 다른 식당에 가도 되지만 한국식 치킨을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이왕 간 김에 떡볶이부터 해서 불고기프라이, 간장, 양념 치킨 등을 주문했다. 미국은 감자튀김에 김치나 불고기를 같이 섞어서 파는 메뉴가 있는데 미국 젊은 애들한테 완전 인기다. 처음에 나도 "무슨 김치 프라이야."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먹어보니 은근 술안주로 잘 어울렸다. 그래서인지 김치 감자튀김과 같이 한국식 퓨전 감자튀김 메뉴들은 한식 가게뿐만 아니라 요새는 좀 잘 나간다는 술집에서도 팔고 있다. 마치 한국식 핫도그 인기가 많다 보니 많은 아시안 음식점 가게에서 파는 거와 비슷하다.

엥스러운 음식 상태

위의 사진이 서버가 가져다준 그대로의 모습이다. 떡볶이 치즈야 먹으면서 익히라고 저렇게 준 게 이해가 되지만 치킨을 한쪽으로 쏠려서 담아주는 가게는 처음이었다. 한국 치킨집을 처음 접하는 애들이었는데 서버한테 메뉴를 받고 나서도 다들 3초간 뇌정지가 왔다. 서버가 처음부터 불친절하고 대답도 하지 않을 때부터 바로 나갔어야 하는데 내 실수다. 내 가게도 아니지만 괜스레 처음 한국 치킨 먹어본다고 신나 했던 애들한테 미안했다. 불고기 감자튀김도 전반적으로 음식이 덜 익혀져 나왔는데 떡볶이는 더 최악이었다. 떡이 제대로 익지 않은걸 보고 확실히 조리가 덜 된 걸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 한식을 먹어보는 사람들한테는 플레이팅 이상하게 된 치킨 말고는 다른 음식의 상태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먹었을 수는 있는데 내 입장에서는 다소 안타까웠다. 서버한테 음식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해도 음식을 갖다 주고는 나오질 않으니 물어볼 수 없었고 배고팠던 친구들은 그냥 먹자고 해서 먹었다. 그냥 좀 딱딱하고 덜 익었을 뿐 못 먹을 음식 정도는 아니었지만 솔직히 내가 밥을 사주려고 데려갔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름 날씨가 춥다고 단풍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고양이들이 신나게 반겨주었다. 나이 든 올리나 토비는 조용하게 와서 반겨주지만 애쉬는 젊어서 그런지 아주 무섭게 들이대면서 골골 소리를 넘어서 자동차 엔진 소리와 같은 소리로 공격적으로 반겨주었다. 가끔은 이 자식이 무섭게 느껴진다. 뒷마당에 심어두었던 파도 엄청 많이 자라 있어서 소분해서 먹기 좋게 통에 넣어두었다. 솔직히 마트에서 파는 파만큼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요리할 때 넣어먹으면 괜찮다. 파인애플도 새로 심어두었는데 내가 졸업할 때쯤이면 파인애플 칵테일을 만들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도 아버지한테 버려두고 온 파인애플이 있는데 졸업하면 축하 기념을 먹을 예정이다.

올리와 파

텍사스에 있을 때 진이 차를 샀다면서 장난을 쳤는데 알고 보니 진짜로 산 거였다. 진이 그토록 가지고 싶다던 아이오닉 6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진은 이번에 새로 나온 도요타 프리우스도 사고 싶다고 했지만 에이미와 내가 "우리가 지켜보는 한 우리 집에서 일본 차는 안돼"라며 장난을 쳤었는데 결국 아이오닉 6을 사게 되었다. 전에 타던 기아 포르테 (K3)는 동생한테 선물로 줬다고 하는 걸 보니 진도 참 착한 형이다. 그전에는 차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던 애가 이제는 아주 그냥 애지중지 청소하고 난리가 났다. 미국의 경우 급속 충전을 하면 경제적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가정집에서 저속 충전을 하면 일반 기름차 대비하여 비용 절감이 상당히 많이 되는 편이다. 진 말로는 아이오닉 6의 경우 한 달에 30달러어치만 충전하면 된다고 하니 고급유를 먹는 내 차에 비하면 거의 6배 차이가 난다. 현대 전기차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현대차 사고 싶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미국 남부 사람인지라 트럭을 좋아하는 편인데 현대 산타크루즈 너무나도 사고 싶다~

정말 멋진 아이오닉 6

문제는 진이 차를 사고 얼마 되지 않아 뺑소니를 당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hit and run이라고들 하는데 운동하러 갔다가 누가 차 옆을 긁고 도망갔다. 몰랐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Damage가 얼마 되지 않고 차가 신기하게 생겼으니 도망간 거 같다. 한국 같으면 문콕 하나에도 카메라를 돌려서 잡을 수도 있지만 미국은 범퍼에 흠집이 나던 어디가 찌그러지던 범인을 찾아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카메라도 많지 않을뿐더러 심한 사고가 아니면 보안 이슈 때문에 영상 기록을 공유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또한 애매한 사고로 보험처리를 하면 보험료만 비싸지기 때문에 그냥 집 차고에 와서 직접 컴파운드로 문지르는 수밖에 없다. 마음은 아프지만 새옹지마라고 진은 아이오닉 6을 매우 저렴한 금액에 구입했었다. (부러운 자식)

타이어 왼쪽 하단 범퍼에 누가 긁고 지나갔는데 다행히 대미지가 크진 않았다

내 차에 기름도 넣을 겸 샘즈 클럽에 가서 장도 봐야 해서 다 같이 내 차를 타고 마트에 갔다. 미국에 대형 마트하면 코스트코와 샘즈 클럽에 대표적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샘즈 클럽을 추천하는 편이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샘즈 클럽 멤버십 카드가 저렴한 편이다 보니 사실상 멤버십 카드로 주유하는 것으로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다. 물론 마트 안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양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지만 소분해서 사용하면 나름 괜찮다. 생수나 휴지, 세제 같은 경우는 두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샘즈 제품을 많이 애용하는 편이다. 솔직히 품질이 떨어지거나 별로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자주 가곤 한다. 아점은 간단하게 샘즈클럽에서 핫도그를 먹으려고 했는데 품절이라서 피자를 먹었다. 왜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지 이해가 되는 맛이었다.

샘즈 클럽 입구

우리 동네 애들이랑 자주 가는 보바샵이다. 한국말로 버블티 카페인데 마트 들렸다가 가곤 한다. 내가 사려고 했더니 진이 자기가 산다고 결제해 버렸다. 미국 사람인데 포스기 앞에서 누가 낼 것인지 카드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꼴이 좀 웃겼다. 미국에서는 누가 내냐 가지고 안 싸운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텍사스에서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내 주변 미국 친구들하고는 항상 실랑이의 연속이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씩 누가 내냐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카드 가지고 몸싸움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다들 좋은 친구들이라서 고마울 따름이다.

타로에 토핑 없이 less sugar 냠냠

피곤해서 간단하게 소고기 고추장볶음을 해 먹었다. 서로 입맛이 다르다 보니 어떤 친구는 채소가 없다면서 싫어하고 어떤 친구는 고기가 없다면서 반찬 투정을 가끔 한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샐러드랑 계란국도 같이 했다. 소고기 고추장볶음을 왜 이렇게 좋아하지는 나도 모르겠다. 매주 해달라는데 이제는 내가 질려서 못 먹겠다. (플로리다에서 장사하실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저녁 밥상

버터구이 알감자, 즉 한국 휴게소 알감자 구이를 만들려다가 내 피부랑 손톱까지 깎아버렸다. 샘즈에 알감자가 보이는 바람에 맛있게 먹을 애들 생각해서 샀다가 괜히 고생거리를 만들었다. 그냥 휴게소 가서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지만 막상 만들어보니 맛있었다. 깨진 손톱과 벗겨진 피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디즈니에서 구입한 기라델리 초콜릿. 사실 뭐 아무 데서나 구입이 가능하다. 86%가 엄청 쓰다고 했는데 나는 맛만 좋아서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 커피를 마시면 "이걸 도대체 왜 마시는 거야"라고 했는데 이제는 커피 없으면 못 사는 걸 보면 나도 늙은이가 되었나 싶다. 그래도 아직까지 맥주를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는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감자 깎다가 내 손도 깎았다

날이 안 좋다고는 들었는데 갑자기 토네이도 와서 당황스러웠다. 허리케인이 오는 지역이지만 토네이도의 경우 미국 중남부에 많이 생기는 편이다. 한마디로 미국 내륙 쪽에 생기는 게 토네이도인데 텍사스 이후에 플로리다에서 토네이도를 보긴 또 처음이다. 다행히도 내 차는 날아가지 않았다. 텍사스 아재들이 토네이도가 오고 나면 엄청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 아재들은 새 차를 구입하려면 가족들, 특히 와이프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데 미국 아재들은 토네이도가 명분을 만들어준다. 그래서인지 미국에는 한국과 달리 연식이 오래된 차들을 많이 타는데 돈이 여유가 있더라도 굳이 새 차를 구입하지 않고 망가지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물론 여유가 없어서 오래된 차를 타는 분들도 계시지만 금괴를 벙커 하우스에 쌓아두고 계신 미국 아재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자랑만 하시고 금괴를 주시진 않았다)

갑자기 토네이도
작가의 이전글 먹고 마시고 즐기는 텍사스 연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