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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Apr 01. 2024

플로리다 야생동물 보호 로컬 행사

환경 보호 너무 좋아

이제는 동등한 Researcher로써 연구 주제를 정하고 페이퍼를 작성해서 검토만 받으라는 지도 교수님들의 말을 듣고 연구 압박감에 집과 사무실만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곤 에이미와 진이 로컬 행사에 참여하러 가자고 했다. 솔직히 페이퍼 수정에 강박을 가지고 있었기에 굳이 나가는 게 시간 낭비처럼 생각이 들었지만 인생을 즐기라는 말을 듣고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기분 전환을 할 겸 오랜만에 행사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환경 보호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너무 좋아하는 로컬 행사이다.

이번 행사는 플로리다 야생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한 로컬 행사였다. 플로리다 지역에 볼 수 있는 야생 동물들을 만져볼 수 있고 설명을 듣거나 야생 동물 보호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펀딩이 이루어져야 하고 장소가 넓어야 하다 보니 내가 사는 동네에서 유명한 Brewery에서 행사가 열렸다. (사실 내가 보기에 에이미는 맥주를 마시러 간 게 아닐까 싶었다.)

플로리다 파이톤이다. 플로리다 로컬 뱀이며 일반 파이톤처럼 크기가 매우 커진다.

텍사스에서 플로리다로 오면서 느꼈던 부분 중 하나는 야생동물을 비롯하여 자연환경 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의 경우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요 산업들이 많다 보니 환경 파괴나 야생 동물들이 멸종하게 된다면 직접적으로 주요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농업, 수산업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도 플로리다의 주요 산업이다 보니 내가 느끼기에는 자연환경 보호에 투자와 지원에 많이 신경 쓴다는 걸 느낀다. 개인적으로도 집 밖에만 나가도 수많은 도마뱀들과 거북이, 악어, 뱀, 너구리, 아르마딜로, 독수리 등 정말 다양한 동물들을 쉽게 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서로 지켜줘야 하는 친구들처럼 느껴지게 된다. 물론 내 연구 분야가 이쪽이고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귀에 도마뱀을 귀걸이처럼 걸고 다니며 야생 동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미국 애기들과 분리수거를 꼭 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낀다.

바다 거북이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바다 거북은 아니고 플로리다 로컬 거북이이다.

사실 로컬 행사이다 보니 큰 기대 없이 갔던 행사였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로컬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날씨도 좋다 보니 의자에 앉아서 여유를 부리며 노래를 듣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답게 살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Brewery를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수제 맥주 공장에 오게 되면 맥주 종류가 너무 많다 보니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솔직히 술을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맛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기가 여간 어렵다. 이럴 때는 주당 에이미의 선택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이다. cider 종류의 맥주를 마시니 탄산도 많고 새콤달콤해서 맛있었다. Cider 하면 한국에서는 칠성 사이다를 비롯하여 스프라이트와 같이 탄산 음료수를 사이다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발효된 과일 맥주를 뜻한다. 한마디로 한국으로 치면 매실주와 같이 발효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온즈별로 주는 양이 다르다보니, 맛을 잘 모를때는 가장 작은 온즈로 먹어보는 것이 좋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날씨도 좋았지만 문제는 애벌레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Orgyia leucostigma로 많이 알려져 있는 나방 애벌레들이 많았는데 문제는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만질 경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벤치에 애벌레들이 많다 보니 최대한 피해서 앉았다. 플로리다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게 보통 독성이 있는 애벌레를 보면 한두 명쯤은 애벌레를 죽일 수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애벌레 옆에 냅다 앉아버린다. 호수마다 악어가 한두 마리쯤은 있는데 악어랑도 같이 수영하는 플로리다 사람들은 미국의 다른 주 사람들도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정도니 환경 사랑이 대단한 플로리다 사람들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참고로 플로리다를 처음 오시는 분들의 경우 악어가 느릴 거라고 생각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시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악어는 두 발로도 달릴 수 있는 매우 빠른 동물이기 때문에 절대 사람이 뛰어서 도망갈 수가 없다. 그래서 꼭! 악어를 볼 때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한다. 악어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하지만 가끔씩 애기들이 공격당하거나 잡아먹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니 절대적으로 유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니 만지지 마세요

집에 돌아오니 토비는 내 침대에서 아주 그냥 냅다 낮잠을 즐기고 있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다. 정말 일주일에 한 번은 삼겹살을 먹는 것 같다. 다음 주는 탕수육을 해달래서 기름에 고기를 튀길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하다. 고추잡채를 하기 위해 꽃빵도 샀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내 요리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한식을 자주 해 먹으려고 하지만 이 놈의 페이퍼 때문에 대충 아마존 곡물 바로 식사를 대체하곤 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밖에서 여유도 부리고 요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잠자는 토비와 저녁은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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