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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Apr 03. 2024

플로리다 박사생들이 만든 과일

나름의 복지인가?

서머타임이 적용되고 나서 한 시간이 앞당겨졌다. 미국의 경우는 계절별 시간을 달리 적용하는데 해가 일찍 뜨는 서머 기간 동안에는 서머타임이라고 해서 한 시간 일찍 시간을 조정한다. 그래서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날에는 0시에서 바로 1시로 바뀐다. 서머타임 핑계로 늦잠을 잔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충분한 핑곗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이십 대 후반 아재임에도 어째서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해피한 출근

알람은 5시 반으로 해뒀지만 정작 일어나서 부랴부랴 챙겨서 나가기 일상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랴부랴 준비하기 바쁘다. 인종차별이 비교적 심했던 곳에서 생활했었기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깔끔하게 하고 냄새를 없애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니 밖에 나가는데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 가면 향수를 뭐 이리 많이 뿌리는 지와 샤워를 도대체 얼마나 하는 거야 할 정도로 향에 대한 집착이 조금 생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피스랑 운동 갈 때 향수가 다른데 가장 큰 이유는 향수가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향이 강하면서 오래가는 걸 선호하게 되었고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향수인 딥티크를 좋아하게 되었다. 문제는 딥티크가 비싸다 보니 운동 갈 때는 그냥 바디 향수를 쓰면 완전 굳이다. 일단 딥티크를 쓰고 나면 남녀노소 할 거 없이 향이 좋다며 다가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스몰토크를 싫어할 경우에는 사실 좋지 않은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스몰토크를 즐기는 제2의 고향 텍사스 출신이기에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주차장에 가니 불법 주정차를 해서인지 바퀴에 락이 걸려있는 차가 있었다. 캠퍼스 내에는 주차장마다 정해진 주차구역이 있다 보니 허가되지 않은 차량은 바로 번호판으로 조회가 된다. 그래서 이런 일은 흔치 않은데 아무래도 누가 몰랐거나 방치해 둔 차량 같았다. 미국에서 주차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은 아무 주차장이나 주차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락만 걸어두면 사무실 가서 해결하면 되는데 견인을 해서 가버리면 차를 찾기가 여간 어렵다. 물론 어디로 찾아오라고 알려주면 다행이지만 그런 것도 없을 경우 정말 막막함 그 자체이다. 가끔 주차 구역마다 견인차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차량 주인이 다른 곳으로 가면 바로 견인해 가기도 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가려고 하는 곳에 맞는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은 가볍게 아마존 곡물바

아마존 자식들이 아주 요물인 게 무료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맞춰야 한다. 물론 아마존 프라임을 사용한다면 상관이 없지만 나처럼 쇼핑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가끔씩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배송 금액을 맞춰야 하는데 그때 사게 되는 것이 아마존 PB 상품이다. 그중에서 아침에 먹으려고 10박스나 주문하게 된 딸기맛 곡물바인데 나름 먹을만하다. 물론 맛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먹을 맛은 아니고 "낫 베드" 수준이다. 중간에 식사 대용으로 때우기 안성맞춤이다.

우리 전공만의 복지

내가 있는 전공은 작물들을 다루다 보니 연구를 위한 데이터 값을 얻기 위해서는 실제로 연구 센터나 랩실마다 과일이나 작물들을 키운다. 그래서 친한 박사생들끼리 데이터 값을 추출하러 가는 김에 따온 딸기나 블루베리, 감자, 야채 등을 나누기도 한다. 한마디로 박사생들은 최신 기술과 지식들이 모두 들어간 박사급 과일 및 작물인 셈이다. (실제로도 맛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점은 연구센터에서 나오는 과일들을 기간별로 주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시설을 오픈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재배 후에 남기 때문에 주민들과 서로 나누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농사를 지어온 나름 비공식 준 전문가인 나로서는 직접 현장에 가서 재배도 하고 연구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관리하는 분야이다 보니 현장에 직접 가서 재배하거나 실험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다소 아쉽다. 물론 이런 말을 다른 박사생들에게 하면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고 말할 뿐이다.

자주 가는 버블티 가게

마침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러 샘즈 클럽을 가는 김에 들린 버블티 가게, 미국에서는 보바샵이다. 우선 샘즈 클럽을 가는 이유는 다른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멤버십이 있을 경우 주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솔직히 일반유이고 연비가 좋은 차량의 경우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연비가 안 좋고 거기다가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면 샘즈 클럽 멤버십을 하는 게 좋다. 갤런 당 4달러가 넘어가버린 미친 기름값을 생각하면 당장 새로 나온 현대나 기아차를 사고 싶지만 가난한 학생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물론 캘리포니아나 뉴욕의 경우 부러워할만한 기름값이겠지만 텍사스에서 온 나에게는 그저 비쌀 뿐이다.

늙은이의 상징 사진 찍어두기

요새 기억력이 안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Gym에 갈 때마다 락커를 쓰면 항상 번호를 잊어버려서 사진을 찍어두곤 한다. 이럴 때마다 아재가 되었구나 싶지만 다른 친구들도 서로 기억을 못 해서 영화 세 얼간이들처럼 행동하고 있는 게 너무 웃기기도 하다. 매번 자신을 하고 사진을 안 찍어뒀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뒤에 인정하고 매번 사진을 찍어둔다. 


미국에 오면 필드에 나가는 비용이 워낙 저렴하고 특히 학생들은 캠퍼스마다 학교 골프장이 있기에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하게 골프를 즐기고 배울 수 있다. 일단 공이 들어간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 있어 골프는 더더욱 아웃 오브 안중이다. 물론 사회생활에 필요하 다해서 어느 정도 배우긴 했지만 슬라이스만 날뿐 여전히 생각이 없다. 솔직히 바빠죽겠는데 골프는 언제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마 테니스는 운동하고 바로 옆 코트에서 할 수 있다 보니 배워보는데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역시 공이 들어간 스포츠는 관심이 없고 그냥 수영이 좋다.

진이 신으라고 준 신발

집에 오니 진이 창고 정리를 하면서 신으라고 준 신발이다. 진 말로는 좋은 건데 팔기도 귀찮고 어려워서 그냥 나보고 신으라는데 나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발이다. 신발에 관심 있는 애들한테 물어봐도 전혀 모른다고 하는 거 보니 이 신발은 다시 이제 내 창고행일 것 같은 기분이다. 팔릴지 모르겠지만 팔리면 그냥 애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야겠다. 


혹시라도 관심 있는 분 계시면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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