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후 Jul 02. 2024

미국에 돌아올 때마다 하는 다짐

7월 말 학회 때까지 힘내보자!

한국 후유증이라고 미국에 돌아오면 시차적응과 더불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한국에서 바삐 보냈어도 막상 미국에 도착하면 돌아가고 싶은 게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이뤄야 할 목표가 있으니 다시 한번 힘내서 나아가기 위해 하루 일정을 매우 빠듯하게 잡는 편이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어느샌가 시간은 흘러있기 마련이다.

다 같이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그린 카레 맛있다고 따라 주문했는데... 내 입맛은 아니다.

다행히도 7월 말에 캘리포니아 학회가 잡혀있고 앞으로 한국 연구 기관들과의 공동 연구의 기회도 넓혀놨으니 힘차게 내 할 일을 해내기로 다짐을 한다. 해야 할 일과 앞으로 연구에 대한 불안감에 쉽사리 취미활동을 찾기가 어렵다. 뭔가를 하더라도 왠지 시간이 아깝고 불안해서 쉽게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나마 찾은 취미활동이 운동, 청소, 요리이다 (글쓰기도 포함). 어차피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나만의 취미활동이 되어 버렸다.

괜히 무서운 덕분에 빨리 뛸 수 있다

그래서 작심삼일로 그만뒀던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 사실 마을 단지 안에 위치해 있다 보니 조깅을 하는 데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생긴 거와 다르게 겁이 많다 보니 아침 조깅을 포기했었었다. 텍사스에 살면서 생존의 위협을 느꼈던 경우가 많아서인지 더 겁이 많아진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텍사스가 그렇게 위험한 동네는 아니다. 그냥 내가 다이내믹한 경험을 했었을 뿐이다. 아무튼 룸메들의 잠을 깨워 미안하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들어봤다. Data science이다 보니 다행히도 이해가 수월했다.

오전에 파이널 디펜스, 한국에서는 종심이라고 부르는 졸업 발표가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나에겐 아직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빠른 졸업을 원하는 나로서는 졸업 발표를 사전에 준비하고자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박사생들의 발표를 들으려고 한다. 참 재미있는 게 듣기 전에는 여러모로 준비에 대해서 막막함과 불안함이 있는데 다른 박사생들의 발표를 듣고 나면 방향성이 아주 미세하게나 보여서인지 자신감이 채워지곤 한다 (사실 그때뿐이다). 졸업을 한 박사생 친구들을 보면 한편으로 부러우면서도 그들 덕분에 많은 피드백을 얻어갈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장기간 차를 세워뒀기에 오일을 갈러 왔다. 예약을 하던 안 하던 기본 3시간 생각하고 와야 한다.

마침 딜러십에서 엔진오일을 갈아야 했기에 기다리면서 해피하게 파이널 디펜스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학과의 경우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워낙 각지에 연구센터가 분포되어 있다 보니 대면과 비대면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미나나 수업뿐만 아니라 졸업 발표 또한 온라인으로 참석해서 볼 수 있게끔 되어있다. 

여름 학기에는 주차장이 여유롭다

오후에 오랜만에 사무실로 향했다. 장기 출장을 다녀왔더니 우리 학과 담당자 제니가 연락이 왔었다. "너 이제 학교에 없냐면서 책상을 빼도 되겠니?"라고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빨리 졸업하고 나가고 싶어 제니. 아무튼 학과 건물에 오니 내 번호도 잊어버려서 어떡하지 하고 있다가 몸이 저절로 기억하는 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역시나 변함없는 사무실과 내 책상이다. 이번에 어댑터를 가져와서 모니터 세 개를 쓰면서 작업을 할 생각에 너무나 행복하다.


어영부영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뚝딱 지나가버렸다. 막상 할 때는 귀찮더라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연구인걸 보면 나도 점점 미치광이 연구원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10시에 Gym을 가기 위해서 일찍 나올 예정이었지만 할 일을 하다 보니 늦어져서 오늘은 패스~ 내일부터 가야겠다. 같이 가던 박사생 친구들은 다들 바쁘다고 안 간다고 하니 당분간 혼자서 다녀야 할 거 같다.


곧 있을 7월 말 학회까지 여러모로 밀린 업무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겠다. 한국은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다그치는 것 같던데 나는 뭔가 내가 조급하고 교수님께 다그치는 모습이 상반된다. 뭐 아무튼 졸업을 내가 하는 거지 교수님이 하는 게 아니니 내가 열심히 해서 이뤄나갈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애틀랜타 대한항공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