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의 나도 괜찮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서울인근 도시에 있는 요즘 핫하다는 쇼핑몰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런 곳에 가게 되면 반짝거리는 바닥과 비싸 보이는 옷들의 찬란함에 기가 눌려 괜스레 이 물건들을 지금 현재 소지하고 있지 못하는 내가 초라해 보이곤 한다. 그런 경우 자칫 잘못하다간 점원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듯한 시선에 기죽지 않으려다 내 수준에 맞지 않으면서 쓸모도 없는 것들을 사기 딱 좋은 심리상태가 된다. '흥! 내가 이 정도도 못 살까 봐?'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광고에 나오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없는 브랜드가 있어 한번 들어가 봤다가 티 한 장에 십만 원이나 되는 옷을 아이에게 사줄 뻔했다. 다행히 굉장히 어울리지 않았기에 ' 둘러보고 올게요'라고 말하며 나온 참이었다. 한번 그래 놓으니 더이상 매장을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방황만 하다 결국은 '못 사겠다. 마음 편하게 우리 동네 가서 사자'하고는 나오려던 차에 내가 소비할 만한 곳을 한 곳 발견하게 되었다. 중저가의 물건들을 다양하게 파는 '사람이 없는 양품'점이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쫓아다니며 응대하는 점원이 없는 이곳에서 나는 ‘베스트’라고 적힌 4,500원짜리 과자를 하나 집어 들었고 잠시 벤치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으며 불편한 기분을 다스렸다. 과자를 먹으며 가만히 살펴보니 이곳에는 비싼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처럼 이런 중저가의 물건을 사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러니 쫄 필요 없다!! 그렇게 나는 초콜릿 과자 하나에 자신감까지 얻어 버렸다.
나의 목적은 곧 수학여행을 가게 될 아이의 옷을 사고자 함이었다. 그에 적당한 옷을 사면 그만이다. 초콜릿 구매를 시작으로 이제는 내 수준에 맞는 곳을 찾아다닐 용기가 생겼고 생각보다 비싼 곳은 새침하고도 과감하게, 또 기죽지 않고 ‘ 오따 비싸네요잉’ 하고는 패스할 수 있게 되었다.
전라도에서 온 티가 좀 나더라도 상관이 없다.
드디어 내가 사기에 가격이 적당하면서도 질도 좋고 마음에 드는 옷들이 많은 곳을 발견했고 나는 무사히 아이 옷을 살 수 있었다. 4,500원 초콜릿 과자의 힘으로 이 정도의 나도 문제 되지 않음을 알았고, 나답게 행동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