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무한도전에서 엄마의 밥상 비슷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멀리 아프리카에 있는 아들에게 음식을 전해주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음식을 전해주고 오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아들에게 해외 동포에게 고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라는 식으로 소개를 했던 듯하다.
아들은 음식을 묵묵히 맛보며 목이 멘다. 왜 그러시냐고 하니 어머니 음식 맛이 난다고 말한다. 어머님이 해준 신 것이 맞다고 하니 깜짝 놀랐고 곧이어 어머님의 영상을 보며 눈물을 쏟는다.
저녁을 지으며 잠깐 스치듯 본 이 장면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동도 감동이지만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목이 메어오는 그 마음을.
나 역시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 음식이 늘 그리웠지만 어디서도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가끔 스치듯 아주 살짝이라도 엄마가 해주는 음식 맛이 느껴질 때면 나 혼자 목이 멘다. 그 맛을 잊을 수 없기에. 하지만 결국은 그 맛은 아니었다.
울 엄마는 특히 김치가 맛있었다. 배추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알타리 김치, 무생채지 등 어떤 김치든 다 맛있었다. 그래서 난 입맛만 까다롭다. 시어머님이 해주시는 것도 식당에서도, 반찬가게에서도 다 그 맛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음식솜씨를 물려받은 것도 아니라서 맛이 나는 정도에도 못 미친다.
한 번씩 크게 마음먹고 가끔씩 김치 담그기에 도전을 해보지만 늘 억지로 겨우겨우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의기소침해져서는 더 이상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거기서 끝내버리니 솜씨가 늘어날 리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내가 해서 그 맛을 내야 하지 않을까? 엄마의 맛은 나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몇 번이 되더라도 계속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김치 담가서 보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아마 그 당시에는 조미료를 좀 쳤을 거라고. 그래서 그 맛이 안나는 거라고.
조금씩 자주 도전해보려고 한다. 다음번엔 조미료를 좀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