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나의 집은 목포. 여행지는 춘천.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도 갔다. 나는 춘천을 예전에 두 번 다녀온 적 있다. 첫 번째는 결혼하기 전 친구들과 함께였고 두 번째는 작년, 그때 같이 온 친구와 또다시 함께였다. 지천에 새싹들이 어여쁘고 산벚꽃잎이 흩날리던 봄이었다.
그때 참 좋았어서, 나 혼자 온 게 미안해서 이번엔 식구들도 데려와겠다는 마음으로 여름 휴가지를 춘천으로 정했다.
흐흐. 그런데 이번엔 뜨거운 여름이다. 우리 집 세 남자들은 여행지를 가자마자 카페만 찾는다. 시원한 것, 시원한 곳만 찾아다닌다. 더운 여름이니 최대한 뙤약볕이 아닌 코스로 여유 있게 짜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비싼 돈 주고 들어간 카페라고 해서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아빠는 올림픽 시청, 애들은 유튜브나 보고 앉아 있다가
‘후루룩 쩝. 와그작와그작. 카~ 시원하다.
‘이제 다음은 어디야?’
도장 깨기 하듯 찍고만 간다. 전혀 낭만이라고는 손톱에 낀 때만큼도 없다. 감흥은 나 혼자만의 것.
마지막 날은 ‘우리도 한번 글램핑 해보자! ’ 해서 춘천 옆 가평 계곡에 있는 글램핑을 잡았다. 성수기라 가격이 너무 비싸서 몇 번을 망설이다 잡은 글램핑이었다. 밤엔 쏟아지는 별도 보고 계곡에 발도 담그고 바비큐도 하면서 낭만 있는 시간을 꿈꾼 건 이 역시 나뿐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에어컨 있는 글램핑 안에 쏙 들어가서는 문도 안 열어보는 3명의 남자들. 저녁으로 바비큐 먹을 때만 잠깐 나와서 고기를 굽고 먹고 땀을 비 오듯이 쏟은 후 또 쏙 들어가서는 나오지도 않는다. 그럴 거면 뭐 하러 글램핑을 왔을까.
남편은
저 하늘에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라는 노래는 그렇게 흥얼거리더니 별을 따주기는커녕 밤에 같이 별 보러 가자고 하자 칼같이 거절하고 한 발자국을 안 나온다.
늘 하는 말이지만
진짜 다시는 이 인간들하고 오나 봐라. 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다섯 시간을 두말 않고 운전해서 와 준 남편과 게임한다며 안 따라올 줄 알았는데 따라와 준 다 큰 아들들이 내심 고마웠다고 마지막은 살짝 포장해 줄까 보다. 사실 눈을 씻고 봐도 연인들, 어른들, 아니면 어린아이와 함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은 많지만 우리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온 고등학생은 없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묻고 또 묻는다.
‘ 우리가 온 이곳이 어디라고~?
춘천! 남이섬! 우리 왔었다~~~ 까먹지 마라잉~‘
‘어!’라는 짧은 답을 듣고 여행을 끝냈다.
나중에 아이들은 과연 이 여행을 기억할까?
며칠 후 베트남 다낭을 다녀온 언니가 친정식구들끼리 해서 내년 2월 다 같이 그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내년이면 고2인 각 집의 첫째들은 ‘ 중요한 시기라며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나이인 우리 집 첫째 아들만 ‘나도 가고 싶은데 가면 안돼?’하며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귀엽기도 하고 철딱서니 없어서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아휴 나도 모르겠다~~. 내년 우리 가족은 또 여행을 갈 것이고 나는 또 똑같이 말하겠지?
다시는 저 인간들하고 오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