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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김 Nov 07. 2024

이런 나라도 괜찮겠니

내가 작게 느껴질 때면 유독 고맙게 느껴지는 사람, 그것은 남편이다.

어제 난 지각을 했다. 7시10분정도에 나가는 큰 아이를 배웅하고 나서 추운 날씨 탓에, 혹은 그동안의 바쁜 일정이 끝나고 긴장이 풀린 탓 잠깐 이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누워 버렸고 그 잠깐은 8시 54분이 되어 버렸다. 그 덕에 작은 아이는 미인정 지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직장 교육으로 멀리 가야하는 일정이 있어 3일간 아이를 깨우지 못하고 나와야 했던 그때도 미인정 지각을 받았다.

그땐 아이 탓을 할 수 있었다. 전화도 했고 니가 알람 맞춰서 일어났어야지 하면서. 

그러나 이번엔 빼박이다. 내 탓이었다. 

사실 아이는 나를 닮았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잠이 많고 게으르고 미루기 좋아하고 계획적이지 않은 성격은 나였다. 그런데도 나는 잔소리를 해댄다. 아 솔직히 정말 미치겠다. 못봐주겠다. 

나는 사회화가 어느정도 되어서 이정도로 살고 있는 것일뿐이면서.

그동안에는

'난 그래도 할 건 하고 다녔다고~~'

하며 나를 닮은게 아니라며 우기고 변명해 왔는데 이번엔 진짜 빼박인 것이다. 

나의 영향이 아이에게 갔다는 걸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나의 자존감은 무너진다. 

'결국 내 탓이었구나. 역시 나는 안돼' 하면서..


그러다 문득 남편이 생각난다. 

이런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주는 남편.(집안일은 안하지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나에게 항상 먼저 손내밀어주고 안아주는 남편.(좀 귀찮기도 하지만)

내가 잘났다고 큰소리 치고 살수 있게 해주는 남편.(어디가서는 말한자리 못하면서)

물론 평소에는 절대!! 네버! 

꼴보기 싫어 죽는게 일상 다반사지만 이럴때 만큼은 다르다. 

못난 나를 누가 이만큼 사랑해줄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남편이 있어 고마웠다. 

늘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고 나만 보면 웃음이 터지는 남편 덕에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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