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는 호기심에 스스로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모든 것이 되는 법

by 파랑비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나로서 사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느라 바빴다.


도통 만족할 줄 모르는 호기심과 일단 맨땅에 머리부터 박고 보는 도전정신 때문에 내 인생은 꽤나 고달팠다. 안 그래도 힘든 인생 왜 스스로 더 힘들게 사나 싶었다.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건지 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건지. 하는 일도, 사는 곳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매번 바뀌었다.


세상은 나에게 전공을 찾고 전문가가 되라고 하는데 내가 가진 장점을 살려서 나에게 맞는 일을 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그게 대체 뭔지를 몰라서 답답했다.


별의 별것을 다 해봤는데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 정하지를 못했던 것 같다. 다 좋기도 하고 또 다 싫기도 해서. 어떻게 딱 하나만 고르라는 건지 너무 어려웠다.


오히려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신중하고 특별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연히 심장을 간지럽히는 것을 발견해도 불이 타오르기도 전에 금방 식어버리곤 했다.


처음에는 어 이건가? 싶다가도 막상 이걸 선택하려고 하면 '내가 이걸 이 정도로 좋아하나?' '내가 이걸 그 정도로 잘하나?' '내가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


온갖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뒤따랐고 결국, '그래 이건 아니다.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낮추기 바빴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마치 내 운명처럼 딱 들어맞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 이런 것도 다 경험이고 청춘이라며 스스로를 애써 위안했다.




당신의 만족할 줄 모르는 호기심에는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면 당신은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에서 저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당신은 무언가를 뒤집어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세상을 당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더 좋게 만들 사람이라는 것이다. (본문 내용 중)
다능인들은 종종 자신에게 과다한 일을 부여하면서 인생에 지나치게 많은 다양성을 불러들인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본문 내용 중)




끝없는 호기심과 성공하고 싶은 열망 사이의 균형 잡는 법을 배우자.


호기심 많고 좋아하는 일 많다고 그저 취미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나도 아니다. 나도 성공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매우 큰 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갈망과 성공에 대한 열망 두 마음 사이에서 항상 흔들리며 방황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스스로를 이해했고 인정했다. 균형 잡는 법을 제대로 배워나가고 있다. 나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다시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정체성에 이름표가 하나 더 붙은 느낌이었다. 또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으며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감동받기도 했다.


다른 다능인들도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너는 뭐 하는 사람인데? 지금 뭐 하는데? 이런 질문들에 나는 언제나 답을 못하고 자신을 숨기기 바빴다.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에 많이 괴롭기도 했다.


이제는 안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미친 호기심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흥미롭고 새로운 일을 배워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무한도전하면서.




할 수 있는 게 걷는 것뿐이라면 걸으면 된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이미 저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앞서고 있고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아무리 봐도 없어 보인다. 내 나이 내 상황 내 자격 생각하면 애초에 여기 서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다시 초보자가 된다는 것은 마치 빛 하나 없는 터널 속을 홀로 걷는 기분이다. 무섭고 두려워도 그럼에도 저 끝에 뭐가 있을까 저 끝에 가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열정을 참지 못해서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면


이제 다른 방안은 없다. 일단 터널로 들어왔다면 그냥 걷는 것이다. 더듬거리면서라도. 처음에는 여기 대체 어디야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어떻게 가라고 좌절하면서 여기저기 다치기도 할 테지만


도전과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서 겪은 사람으로서 그냥 걸으면 된다. 할 수 있는 게 걷는 것뿐이라면 걸으면 된다. 걷다 보면 어둠도 익숙해질 것이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작은 빛도 발견할 것이고 어느새 발바닥에 단단한 굳은 살도 박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터널 끝이 궁금하지 않은가.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당신을 유일하게 만드는 것을 강조하라


여기저기 얕은 지식도 있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은데 딱히 뭐 하나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다고 스스로를 생각해 왔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그럼에도 당신을 당신답게 만들어주는 유일함은 분명히 그 안에 존재한다.


우리 그 유일함을 강조하자. 그 유일함은 분명 당신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더 빛이 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영화도 좋아하고 클라이밍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하기에 당신만의 유일함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신이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기타 치는 것도 좋아하기에 당신만의 유일함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다양한 경험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을 갖게 했고, 우리의 강렬한 호기심은 우리를 세상 이야기에 경청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도 유일함이 있다. 나는 인간을 도저히 사랑한다. 어쩔 수가 없다.


횡단보도 앞 벽돌 공사를 하고 있는 작은 할아버지의 깊은 이마 주름.

계단 위로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올리려고 애쓰는 젊은 부모의 발.

고작 공 하나로 온갖 괴성을 질러대며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마치 한 몸처럼 강아지와 함께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저씨의 표정.

주방에서 집밥을 만드는 엄마의 분주한 뒷모습.

다 큰 어른들이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집중해서 먹는 모습.

식당 뒤편 의자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아주머니 분위기.


이렇게 뭐라 설명하기 힘든 사랑스러운 디테일들을 나는 하루종일도 적어 내려갈 수 있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유일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도전한다. 이 유일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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