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이의 심경변화] 삭발 후 27일

삭발과 차별금지법

by 윤슬

3월 17일(월)

삭발한지 어느새 27일이 지났다. 자고 일어났더니 그것도 머리라고 좀 떴다. 정말 미묘한 차이인데도 약간 솟은 머리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뭔가 킹콩머리 같기도.

그래서 머리를 감았다. (그래봤자 머리에 잠깐 물 묻히는 게 다다.) 사진이랑 실물은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현재 내 머리 길이는 이정도이다. 확실히 수북해진 느낌.

그동안 빡빡이의 심경변화를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딱히 심경 변화가 없었다. 놀기 바빴다.

제주도에 오면 머리 신경을 덜 쓰지 않을까 싶었다. 다들 날 처음보니까 그냥 원래 머리가 짧은 사람으로 봐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이 머리는 아직 짧나보다. 숙소를 날마다 이동하면서 다니고 있는데 숙소 사장님들께서 머리에 대해 한마디씩 해주셨다.

첫날 뵈었던 사장님은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분, 어떤 심경변화가 있었길래 머리를 그렇게 짧게 잘랐냐고 물었다. 퇴사 후 잘라보고 싶어서 라고 했더니, 혹시나 어디 아파서(암) 그런건 줄 이라며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악의는 전혀 없어보였다. 그 후엔 '꽃미남'같다며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다음에 만났던 '제주역'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날 보자마자 짧은머리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장님의 말투나 표정은 무척이나 친절했다. 저정도는 해야 서비스직 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 가고싶은 곳.

그 다음에 만났던 사장님께서는 나에게 어쩌다 삭발을 하게된거냐고 물으셨다. 다른 분들에게 했던 대답과 똑같이 답했다.

삭발하니까 어떠냐는 질문엔,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편하고 좋다고 답했다.

사장님께서는 잠시 후, 삭발한 이유는 그게 다냐고 다른 건 없냐고 물었다. 그래서 옛날에 외모 강박이 좀 심했는데 머리카락도 잘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잘랐다고 조금의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며 사장님께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정치적인 이유로 자른건 아니죠?' 라는 물음에 그건 아니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그 후 사장님께서는 사실 자기도 삭발을 했다며 쓰고 있던 가발을 벗으셨다. 알고보니 사장님께서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삭발을 하셨다고 한다.

참고로 난 동성애에 반대하지 않는다. 동성애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는 사실 잘 모른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논하기 어렵다. 현재 나는 그들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도 그들만의 세상이 있으리라 믿기에 쉽게 상처주고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던 사장님, 삭발하셨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그 이유를 들으니 그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법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면 또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되지 않을까.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사장님이 멋있어보였다. 사장님을 응원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삭발한 게 효과가 있었는지 묻자, 사장님께서는 그렇다고 하셨다. 여자가 삭발을 하는 건 꽤나 강력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다들 삭발을 하는구만 하핫)

사장님께서는 머리를 밀고나서 삭발한 사람들을 보면 반갑다며 어쩌다 밀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나도 삭발인들을 보면 반갑다. 사장님을 뵈어서 반가웠다.

언젠간 또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때까지 사장님께서 무탈하고 건강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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