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오지 마라?
해외생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유학이라는 루트를 한번쯤은 고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살리거나 혹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유학 후 취업비자를 받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자문제가 해결된 후에나 출국할 수 있는 다른 루트들에 비해, 학사든 석사든 해외에서 졸업하면 그 나라에서 1년~2년간 잡 서칭을 할 수 있는 비자가 대체로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 어쩌면 당신조차도 - 유학생활로의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고 있다.
해외생활을 바라는 사람들이 유학 가기를 망설여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난 언어가 아직 부족해. 이 실력으로 어떻게 외국에서 공부를 하지?"
"아직 입학요건이 준비가 안 됐어"
"아는 사람 없는 외국에서 외로우면 어쩌지?"
"혹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학비와 생활비가 만만치 않아"
마지막 이유를 제외하고는 비(非)금전적인 이유로 보일 수 있다. 언어, 입학요건, 외로움, 인종차별 같은 게 딱히 금전적인 문제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적어도 해외를 나와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유학 생활을 하게 되면 저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달라진다. 바로 본인의 재정 상태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유학생활은 달라요!
저 위에 써둔 언어, 실력, 외로움 등의 문제들이 대체로 돈을 쓰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보겠다. 다른 말로는, 돈이 부족하면 저 문제들이 당신의 발목을 더 세게 잡을 수 있고 끝내 유학생활의 실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입학요건은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와 돈만 있다면 대체로 쉽게 해결된다. 특히 언어의 경우, 현지에서 다닐 어학원 학비와 생활비만 마련된다면 워홀비자 등을 활용해 1년간 언어를 공부하면 된다.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계속 어학원에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그럴 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고, 그렇기에 언어가 더디 는다. 바꿔 말하면 현지에서 어학원을 꾸준히 다닐 재정적 능력이 있다면 당장 언어가 부족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몇몇 대학교에서는 언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추가 영어 수업도 개설한다고 하니 더욱 걱정할 것이 없다.
입학 요건은 좀 더 까다롭지만 또한 여러 루트로 해결할 수 있다. 학사 유학을 예로 들어 보겠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의 유럽 대학교에서는 Foundation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진행한다. 이건 고등학교 내신이나 수능이 부족해서 당장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교마다 파운데이션 입학 요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 점수가 낮고 내신이 5~6등급이어도 파운데이션 코스에 다닐 수 있다. 파운데이션에 일단 합격하면 정식 루트보다 공부가 쉽기 때문에 이후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놀랍게도 영국 Top 명문대에 속하는 UCL조차도 해당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학비인데, 국제학생 중에서도 입학요건이 안 되어 어떤 방법으로든 그 대학을 들어가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본과 학비의 1.5배~2배 정도의 비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입학요건이 (일정부분) 돈으로 해결된다는 것.
석사 유학의 경우 Pre-master 이라는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있다. 대학교 학점이 좋지 않거나 전공 유사성이 부족한 경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다음으로, 외로움과 인종차별은 돈이 궁하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안 그래도 언어도 잘 안되고 친구 사귀기도 힘든데 학교 친구들끼리 놀러나갈때 돈이 없어서 빠져야 한다면 어떨까. 혹은 장학금을 타야만 유학생활이 가능해서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다면? 수업 가는 시간 외에는 알바를 온종일 해서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몸이 힘든 것은 둘째치고 타지에서 홀로서기를 하는 외로움을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인종차별은 본인이 노력한다고 덜 겪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경험을 통해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안목은 기를 수는 있다. 한국인들이 유럽에 와서 '사람으로서의 불친절'을 겪거나 문화가 달라 생긴 오해를 두고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예를 들어 바쁜 식당에서 주문을 바로 받으러 오지 않는다고 손을 들어 큰 목소리로 웨이터를 부른다면, 유럽에서는 좀 늦더라도 일단 메뉴를 접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예의이기에 좋지 않은 눈길을 받을 수 있다. 유학생활 중에 친구들과 hang out하며 유럽 문화를 꾸준히 배운다면 길에서 종종 들리는 니하오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에게 인종차별 하는 거면 어쩌지?" 라는 과도한 의심과 경계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인종차별을 당하더라도 평소에 쌓아둔 친구관계로 옆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덜 힘들겠지만, 그러려면 일단 아르바이트나 학업에 매몰되지 않고 평소에 파티나 여가생활을 즐기며 인적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돈이 든다.
"그럼 돈 없으면 가지 말라는 거야?"
그건 아니다!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아도 유학을 갈 만한 국가들이 있다. 넉넉하지 않다고 해서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궁핍은 본인의 재정 상태에 맞지 않는 국가를 선택한 결과이다.
유럽 곳곳을 잘 찾아보면 영어 수업과 안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학비가 무료이거나 한국 대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학교들이 많다. 해당 내용은 기회가 되면 또 글로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