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바스 국제총회 이모저모
나의 프랑스 한 달여행은 서바스 (Servas)란 여행자모임 행사를 포함한 것이었다.
서바스국제총회는 매 3년마다 열리는데 2025년은 프랑스 디죵에서 10월 3~9일 6박 7일 동안 열렸다.
* 서바스 (Servas)는 유네스코 산하 세계평화를 지향하며 서로 호스트를 주고받는 국제여행단체다. 이번 행사에는 45개국에서 185명 참가했고 첫날 환영 행사에서 디종 부시장이 오셔서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맞이해 주셨다.
공식적으로는 45개국 185명 참가이나 자원봉사자들 숫자까지 합하면 거의 200명이었다. 프랑스는 행사를 위해 2년 동안 꾸준히 준비했었다. 나는 디종 행사 직후 프랑스 서바스 회장인 브리지트집에서 3박 4일 호스트를 받았기에 행사 관련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환영회는 전 세계 우리 회원들의 예술작품을 전시해 둔 큰 홀에서 열렸다. 그림, 조각, 서예, 수공예품, 퀼트, 도자기등 다양한 작품들이 5일 동안 전시되어 디종 다른 시민들에게도 공개되었다. 그리고 마지막날은 작품 중 일부를 옥션으로 경매하여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단체에 기부했다.
회원님들 예술작품 전시회ㅡ 자연소재로 만든 그릇, 인형, 평화의 비둘기와 세계 한 가족 one family 란 서예도 눈에 띈다
Salle de la Coupole, 꾸뽈이라는 천장이 둥근 홀에서 열린 첫날 행사에서 디종 부시장님의 환영사가
평화를 지향하는 서바스 정신을 잘 표현해 주어서 요약해서 옮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오신 분들과 그들의 예술 작품을 보고 다양한 문화가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여러분이 디종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엔도 이런 행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바스는 여행객과 호스트를 위한 조직이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끔찍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평화를 만드는 작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은 유토피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로 단결된 우리는 공통된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삶은 그래야 합니다. 부시장으로서 여러분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고,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사장에 제공된 객실은 작지만 깨끗하고 욕실도 편안했다. 7일 동안의 아침, 점심, 저녁 모든 식사 티켓을 받아서 자유롭게 식사를 했고 중간중간 간식 타임도 있었는데 프랑스 회원들이 차, 커피, 간식을 준비해 주었다.
행사 둘째, 셋째 날은 콘퍼런스가 열려서 그룹 별 토론으로 평화로운 세상과 서바스 조직을 위한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고 각자 주제를 선택해서 참가했다. 나도 서바스 조직의 고령화에 대비해서 젊은 회원들을 모으기 위한 ‘소셜 미디어 캠페인’에 참가해 보았는데 회원들의 고령화 문제는 가장 심각한 일본을 비롯해서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문제라고 했다. 특히 이번에 일본은 4분이 참가하셨는데 다들 연세가 드신 분들이었다.
특별히 젊은 층의 참여 유도를 위하여 어떤 유형의 콘텐츠(사진, 동영상, 스토리, 챌린지, 이벤트)를 활용하여 어떻게 접근할 건지도 구체적으로 나누기도 했다. 10월 5일 저녁에는 한국 팀 9명이 한국 서바스에 대해 소개하고 함께 하모니카 반주로 동요 두 곡을 부르는 시간을 가졌는데 각국 회원들의 반응이 좋았던 거 같다.
우리 팀은 제작해 간 파워 포인트로 서바스 코리아와 K-culture에 대해 소개했다. 나는 K-pop, drama, movie, food 말미에 특별히 K-democracy를 언급했었는데 돌아와서 지금 경주 APEC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 제 자리를 찾아가니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참으로 하루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제 방송과 뉴스에서는 엔비디아이 젠슨 황과 Sk, 현대, 삼성이 앞으로 함께 협력해서 정부의 도움아래 AI 주권국을 이뤄나갈 비전이 보이는 듯해서 더욱 기대로 설레었다.
10월 6일은 전체 회원들의 문화 체험 날이어서 버스 4대를 타고 근처 소금생산으로 유명했던 성이 있는 곳으로 나들이를 갔다. 이 지역은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과 쌍벽을 이루는 브로고 뉴 지방의 와인 버간디와 보쥴레로도 유명하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소금광산 채굴은 폐광되었지만 이전 작업현장과 광부들의 삶, 그리고 소금에 대한 스토리가 잘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7~8일 날은 임원이 아닌 회원들은 자유롭게 시내 관광을 했는데 예전에 잠시 스쳐 지나갔던 디종이 이렇게나 매력적이고 고풍스러운 도시인 지 몰랐었는데 이번에 가서 새삼 감탄하며 돌아보았다.
2014년 나는 두 아들과 디종에 하루 묶으면서 시내를 관광했고 브장송의 빅토르 위고 생가도 들렀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두 도시를 갔는데도 정말 기억이 포맷된 거 같은 거 마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는 아들들이 이십대라 맛집도 가 줘야 하고 일단 가족여행이니 그저 가족위주 동선과 배려등으로 내 마음이 분산되었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은 혼자 가면 다 보고 둘이 가면 절반을 본다'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보다 여유로웠고 남편과 나는 다행히 여행코드, 문화감성지수가 비슷해서 잘 맞는 편이다. 다만 길을 찾을 때 나는 거의 동물적 감각으로 대충 동서남북을 익히고 종횡무진 다니는 반면 남편은 꼼꼼히 구글지도를 체크하고 움직이는 편이라 때론 편하고 때론 답답할 때도 있다.
그리고 디종 총회에서 아침, 점심, 저녁 매번 식사 시간에 처음 만나는 각국 회원들과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재미도 있었다. 활기찬 대만 여성 회원들은 선물도 많이 나눠주며 꼭 대만에 들리라 하고 칠레에서 오신 쟈비에 아저씨는 본인 이 이전에 만났던 한국회원에게 안부 전해달라 하시며 남미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서로 왓챠앱 번호를 교환했다. 인도의 니키 총무도 자기 집 정원이 아름답다며 꼭 한번 오라고 초대를 해 주었는데 아직 인도를 안 가 본 나는 꼭 가겠다고 약속했다. 나로선 세계 가정방문을 할 얼굴도장 찍기를 한 셈이다.
그 밖에 독일, 볼리비아, 이스라엘, 태국, 키르기스스탄, 터키등 많은 회원들과 얼굴을 트며 인사를 했고 우연히 밥 먹다 루디라는 뮌헨에서 온 독일 회원이 자기는 K 무비를 좋아하는데 김기덕 박찬욱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며 올드보이등을 나열하는데 솔직히 나는 특별히 한국영화나 감독을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좀 미안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국 영화나 문화에 대해 더 잘 아는 외국회원 앞에 좀 민망해졌다.
앞으로는 여행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때 그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겠지만 상식적인 수준으로나마 우리 것을 먼저 챙겨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남편과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디종에 하루 더 묶었기에 디종 시내를 더 돌아보고 근처 Beaune(본느) 지방의 와이너리까지 탐방할 수 있었다. 어딜 가도 일단 간 곳은 최대한 충분히 보고 뽕을 뽑는 게 내 여행스타일이기도 하다.
자칫 못/안 보고 지나칠 뻔 한 고고학 박물관이다. 입구에서 어떤 아저씨가 이건 꼭 보고 가야 한다며 추천해 주셨다. 입장료 내고 들어갔는데 규모가 크고 로마시대 이후 특히 무덤 앞 조각상이 많았고 건축에 대한 역사자료들이 동영상으로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혹시 디종에 가면 꼭 보시길 추천한다. 지하 전시관 규모도 엄청나다.
디종 생 메쉘 교회와 수녀의 신앙간증, 그리고 부르고뉴 공작 궁전 앞 위고 카페등 디종은 최소 이틀은 머물며 자세히 볼 만한 아름다운 도시다. 오른쪽 하단의 지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 생략하기로 한다.
디종 더 알아보기
디종(Dijon)은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의 중심도시로 파리에서 TGV로 약 1시간 40분, 리옹에서 약 2시간 거리다. 인구는 광역권 포함 대략 25만 명이고 와인과 미식의 중심지이자, 르네상스·중세 건축이 잘 보존된 도시다.
디종은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으며,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성장했다. 11세기~15세기에는 부르고뉴 공작국의 수도로 전성기를 누렸고 당시 부르고뉴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공국 중 하나로, 예술과 상업이 크게 발전했다. 특별히 14~15세기 부르고뉴 공작들이 세운 궁전, 미술관, 성당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더 한다. 그래서 공작이름을 따라 지금 지명도 일대가 다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으로 불리는 듯하다.
디종의 상징이자 시청이 자리한 건물내부에는 Musée des Beaux-Arts(미술관)이 있는데 중세부터 현대까지 약 1,300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무료입장 가능하나 우린 미술관을 너무 많이 보았다며 작은 미술관이나 전시를 보길 택했다.
'노트르담과 퐁 네프'는 그 이름 자체가 '성모 마리아와 새 다리'란 뜻이기에 파리에만 있는 게 아니고 프랑스 어디에나 있다. 디종의 Église Notre-Dame (노트르담 교회)는 13세기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정면의 기괴한 가고일(gargoyle) 조각과 황금 부엉이(La Chouette) 조각이 유명하다. 그래서 시내에서도 바닥에 새겨진 Owl’s Trail 부엉이 표시를 따라가면 주요 명소 20여 곳을 도보로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다.
디종은 “Route des Grands Crus(그랑 크뤼 와인 루트)”의 출발지다. 디종에서 Beaune(본느)까지 이어지는 약 60km 코스는 세계적인 와인 여행길로 유명하고, 대표 와인은 Pinot Noir(피노 누아),
Chardonnay(샤르도네)다. 와인과 곁들인 미식의 도시로서 “디종 머스터드(Dijon Mustard)”의 원산지이고 지역 특산 요리는 내가 디종 가기 전 브장송의 올리비에 집에서 먹은 베프 부르기뇽 Boeuf Bourguignon (붉은 와인에 조린 소고기 스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