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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슬로우 Aug 15. 2023

대표님에게 배운 퍼스널브랜딩

과거 사회초년생으로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한 사람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정해진 회사 출근 시간은 9시 30분. 나는 9시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들어서자 쾌적한 시원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미리 켜진 에어컨 냉방으로 등에 젖은 땀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 정도 냉방이라면 최소 1시간은 켜놔야 하는데, 복도 끝을 보니 대표님 사무실은 이미 불이 켜져 있다. 나는 직원들 중에 집이 가장 멀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가장 먼저 출근했던 나는 대표님께 눈도장을 찍고 모닝 인사를 나눈 뒤 내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켜고 탕비실로 향한다. 업무 시작을 위한 루틴, 시원한 냉커피를 제조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브라우저를 켠 뒤 대표님 블로그에 접속하는 일이었다. 공식적인 회사 업무는 아니었고, 오직 회사에서 나만 하는 염탐의 시간이었다. 




1일 1 글을 쓰는 CEO


접속해 보니 이미 오전 6시, 7시 발행일자로 두 개의 글이 올라 와 있다. 일주일에 글 1개 쓰기도 어려운데, 틈틈히 글 한 개 정도는 후루룩 쓴다는 것이 볼 때마다 대단하시다고 느꼈다. 대표님 블로그 주제는 크게 마케팅, 데이터 분석, IT기술, 무거운 비즈니스 이야기가 주였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것은 입사 전부터 알고 있었다. 대표님을 알게 된 것도, 회사에 입사한 것도 쓰신 글 때문이었다. 마케터라면 구독 중인 아티클, 웹사이트, 뉴스기사, SNS를 보고 동향을 파악하듯 대표님의 블로그도 그중 하나의 매체였다.




당시 내가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셨을 거다. 누적 600건이 넘어가는 네이버 블로그 글. 200건 이상이 넘어가는 분석적인 관점으로 쓰신 글과 트위터 게시글. 다는 아니지만 관심 있는 주제를 읽고 대표님의 생각과 의견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나 또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가끔은 부모 입장에 쓴 자녀 교육 이야기, 건강한 조직, 심리학적인 주제 등. 회사 밖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인간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종종 대표님과 직원들이 같이 점심을 먹을 때면 일상, 비즈니스, IT관련 주제를 가지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때는 웃어넘기며 별거 아니었던 대화 내용이 다음날 출근해서 보니 대표님 블로그에 하나의 주제로 글이 올라와 있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이야기를 엮어 글을 만드는 재주가 있으셨다고 생각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훗날 들은 이야기는 대표님에게 나름 블로그 운영 철칙이 있었다. 블로그에 이슈 트래픽이 발생할 수 있는 주제는 금지한다는 것. 남들은 방문자 한 사람이라도 더 올리려고 혈안인데.. 대표님은 자신과, 혹은 주제와 관련되지 않은 글은 오가닉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어쩌면 브랜딩을 위해 글을 쓰는 기업 블로그가 방문자 숫자로 KPI를 논한다는 게 넌센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이트에 1,000명이 와서 10건이 전환되는 것보다 100명이 와서 10건이 전환 되는게 더 가치 있다는 사고방식. 가령 A유튜브 채널이 영상 1개로 조회수 10만을 기록한 게 B유튜브 채널에서 10개 영상으로 조회수 10만을 만든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법을 그 말에서 간접적으로 배웠다.


또 대표님이 비즈니스 미팅 일정이 대부분이 블로그로 연결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다. 클라이언트 90%는 대표님이 쓰신 글을 보고 프로젝트가 체결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계약이 안 되더라도 미팅에서 얻을 수 있었던 고민과 해석, 솔루션, 경험을 또 블로그에 공유하시곤 했다.


놀라웠던 점은 밖에 있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블로깅을 하셨다. 미팅을 기다리면서도 한 손으로 후루룩 생각을 뱉어냈다. 아이폰을 사용하셨는데 늘 작은 모델을 썼던 이유가 한 손으로 블로그 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쿡이 애플 CEO가 된 이후 자꾸 큰 아이폰을 출시하는 게 내심 불만이셨다.




내가 본 대표님의 퍼스널 브랜딩 방식은 단순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 단지 그 과정과 행동, 이야기 속에서 보는 이가 생각하고 판단할 뿐이었다. 



본인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서 프로덕트에 브랜딩이 필요하거나,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면 대표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해 보시라 권유한다. 무조건 대표가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특정 소속이나 단체를 대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외에 개인으로 온전히 자신을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브랜더가 되어보자는 의미다. 도구는 블로깅이 되었던 소셜네트워크가 되었던 자신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결과가 근사하진 않아도 자신을 건강하게 다듬는 과정이 가치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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