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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관한 작은 이야기

25.10.24

by 신백

생명과 운명은 신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태어남과 죽음은 의사가 공표한다.

(출산의 경우 조산사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출생증명서나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등을 발급한다는 거죠. 신고는 부모가)


출생과 사망을 직업상 접하는 경우가 흔해

한 사람의 인생을 둘러싼 인연들을 타인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어릴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 집안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처음으로 상실을 접하게 된다.

조금 커서는 큰아버지, 큰 이모님, 친구의 부모님 등 나랑 조금 관계가 있었던 분들,

그다음으로 함께 지내던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던 동물들...

성인이 된 후로 부모님이나 알던 분들이 떠나시게 되겠지.


예측 가능한 죽음도 애통한데

갑자기 찾아온 슬픔의 경우, 가족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쓰라릴까?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결혼 후에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등...




나의 경우도 대학생 때 인사 정도 하던 선후배나 교수님께서

화재, 교통사고, 스킨스쿠버 사고 등으로 황망하게 떠난 일도 있었고.


이름과 얼굴만 알던 선후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도 그랬지만

병동의 젊은 간호사님이 유방암 4기에 걸렸거나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애를 낳고 1년도 안되었는데

속이 쓰려 검사를 하니 위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했다가

O&C (배를 열었더니 영상에서 발견되지 않은 전이가 확인되어 그냥 닫음) 했다는 얘기가 들리거나

동기가 당직근무하다가 심장마비로 병원 복도에서 쓸쓸히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걸어가던 발걸음을 천천히 멈추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얄팍하게 상상해 보았다.




먼저 가버린 사람을 원망하기도 하고

따라가고 싶은데 남은 생명을 위해 삶을 붙잡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한없이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나를 뺀 세상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똑같이 돌아가고.


남겨진 운명이 미안해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 갑자기 울다 잠깐 눈을 붙이면 악몽도 꿨다가...


주위에서 강권해서 마지못해 먹기 시작했더니

나중엔 입맛도 생기고, 정신없이 잘 수도 있고

그러나 웃고 있는 나 자신이 그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밉고...




그렇게 먼저 떠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뵈었다.

당장은 이젠 떠나보내고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위로도 섣불리 드릴 수 없다.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는 경우가 거의 다다.


오히려 마음속으로는 떠나보내지 마시라 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세상은 그들을 잊어도

내가 기억하는 세계에서는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할머니, 외숙모, 큰 이모, 오드리, 이나, 대우형은 나와 같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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