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야 되요? 해뜰 때 잠자고, 해질 무렵 일어나 오늘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걸 왜 강요해요“
도대체 이해불가라는 올빼미에게 오늘의 시작은 아침이라는 얘기를 설명하다 말문이 막혀버린다. 어딘가에 메여있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나역시 자신만의 오늘을 사는 올빼미 족이 되고 싶었는데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밤의 고요가 좋아 올빼미로 지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다.
내가 맞이한 수많은 ‘오늘’을 떠올린다. 해뜨는 태양과 함께한 생기있는 오늘이 얼굴을 달리하며 내게 말을 건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수많은 오늘들이 결속하며 내뱉는 말을 가만히 들어본다
게으른 오늘도 많았단다. '내일'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무조건 떠넘겨진 일들은 하나둘 쌓이는 빨랫감 같았다. 한번에 넣어 세탁기에 돌려버리고 싶지만 색깔별로 소재별로 분류해야니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과거가 되어버린 오늘들이 대책없이 넘긴 빨랫감. 용량 작은 세탁기가 소화하긴 버거워 세탁된 옷에 진한 얼룩이 남아도 모른체 했다. 그런 얼룩들은 날잡아 지워야한다.
과거가 된 오늘이 말한다. 항상 분주했다고. 전날 늦은 취침이 원인이겠지만 수면시간이 부족하니 피로감이 쌓이고 할 일은 매일 반복되니 촌각을 다퉜다. 새벽 기상의 루틴을 갖는다면 조금 개선되지 않겠냐고 속삭인다.
오늘을 맞이하는 새벽. 해야할 일들을 떠올리니 귀찮음이 고개를 든다. 여느 때라면 못본체 해버리겠지만 올해의 오늘은 없다고 ‘오늘’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다 해내야 한다고 눈을 말똥거린다. 얼룩진 빨랫감 처럼 미뤘던 냉장고 청소를 어서 끝내란다
후다닥 한시간여 꼼꼼히 정리하고 닦아내니 개운함이 남았다. 이렇게 금방해낼걸 왜 그리 미뤘느냐고 방그레 웃어준다.
'오늘'이 말한다. 내일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뭐든 미루게 되니 차라리 없다고 생각하란다. 해가 지면 내일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오늘 이 순간만 존재한다 여기란다.
올한해 나와 함께한 수많은 오늘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