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버지니아 - New River Gorge National Park
모건타운에서의 3일 밤이 지나고 다시금 긴 여정의 길에 나섰다. Morgantown에서 Houston으로 가는 데는 약 21시간이 걸리는데, 돌아가는 길 역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여행 계획을 세웠다. 오늘의 계획은 모건타운에서 출발해서 약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New River Gorge National Park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하이킹을 하고, 그곳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녹스빌 (Knoxville)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며칠 친구집에서 지내면서 편하게 있었더니 어떻게 또다시 이 먼 길을 운전해서 돌아가나 걱정이 앞섰다. 작년 언젠가, 끝없이 다가오는 마감일과 공연, 출장 일정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과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상담사는 그럴 때마다 내가 지금까지 성취해 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내 곡을 스스로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라며 조언을 했는데 그게 아주 도움이 됐다. 이 경험을 토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역시, 이 길을 벌써 와 본 나는 분명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며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확신을 주었다.
두 시간 운전 후 도착한 New River Gorge National Park는 너무나도 멋졌다. 이번 로드트립에서 방문한 곳 중 가장 풍경이 대단했다. New River Gorge National Park는 2021년도에 국립공원으로 채택된, 총 63개의 미국 국립공원 중 가장 새로 추가된 국립공원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잇는 아주 유명한 다리, New River Gorge Bridge는 1977에 완공되었으며 그때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 아치의 다리였다고 한다. 내가 하이킹 한 등산로는 Endless Wall Trail이었는데, 매 구간이 절경이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등산로는 아주 한적했다. 홀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연경관을 마주하게 될 때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 짐처럼 짊어지고 있던 걱정도, 때로는 족쇄처럼 느껴지는 지난날의 아팠던 기억들도,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과 산맥 앞에서는 작은 먼지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로에서 딱 한 명의 다른 등산객을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고, 등산객 아줌마도, 나도 서로 인생샷을 건졌기에 아주 행복한 만남이었다. 하이킹 후에는 New River Gorge Bridge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모든 연령대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서 아주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West Virginia 나 그 근처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국립공원을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가을 단풍시즌에는 더욱더 풍경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목적지인 녹스빌로 출발했다.
녹스빌은 테네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몇 달 전에 내 친한 작곡가 친구가 이곳, 녹스빌에 있는 테네시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었다. 이 친구와는 몇 년 전 아스펜 음악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이후로 꾸준히 연락을 유지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휴스턴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 자란 친구라서, 종종 가족을 만나러 집에 돌아올 때마다 휴스턴에 들러서 나를 만나곤 한다. 몇 년 전 팬데믹 시기에는 집에서 오래 있던 친구가 집을 벗어나야겠다며 우리 집에 와서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는 우리 둘 다 서로 다른 대학에서 이론 강의를 가르치는 중이었기 때문에 각자 헤드폰을 착용하고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녹스빌은 내가 가려고 계획했던 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친구의 남자친구 역시 친구를 따라 녹스빌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나는 거라서 기대가 컸다. 도착해 보니 녹스빌은 정말 귀여웠다! 아주 작은 컬리지 타운이었는데, 깨끗하고 거리들도 아기자기했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멋진 저녁 식사를 준비해 두어서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녹스빌 다운타운을 구경하러 나갔다. 미국에서는 드물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동네 중 하나라서 정말 좋았다. 루프탑이 있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녹스빌에 대해 얘기도 나누고,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도 나누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아주 반가웠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에 초점을 두고 살면 아쉬움, 비교에 허덕이며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더욱더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야 한다.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온 세상에 가득한 나의 삶은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