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거 두 개 거저 얻으려고 여기 다시 온줄알아!
서울 동부제일병원에서 종합검진 후
처방전을 받고 방문한 약국이 소란스럽다.
7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님께서 약 봉다리를 들고 약사에게 보여주며 큰 목소리로 따지는데
"1 . 내가 약 두 개 거져 얻으려고 다시 온줄 아느냐"
"2. 약이 처음부터 개봉되어 있었는데, 두 개가 비더라"로 요약되는데, 반복하여 큰소리내니
작은 공간이 대략 난감이다.
보통의 난리가 아니다. 마치 큰 일이라도 벌어진냥 소란 스럽다.
약사들은 일단 무슨일인지 살펴봐야 답변을 할텐데, 항의 후 답변 할 기회가 원천봉쇄이다.
소란의 와중에 약사는 50여분 전의 기록을 찾아냈고 설명을 해준다.
"처방전의 약은 22개 인데 저희가 3곽을 드리면 24개가 되어서 두 개는 곽 채 통으로 드리고 나머지 한 개는 개봉하여 두 개를 빼고 드리면 처방전 대로 22개가 맞아 집니다."
소란스런 아주머니는 설명한 내용을 이해했다.
그런데, 여기서의 반응이 '브런치스토리'를 만든다.
그냥 "내가 내용을 잘 못 이해 했구먼" "미안해요!" 이러면 끝이다. 참으로 교양이다.
그런데, 계속 밀고 나가신다.
"그것도 모르고 힘들게 먼길을 다 시 돌아왔네, 열받아 죽겠네!"
누구를 탓하는지 모르는 말투를 던지며 뻘즘하게 문밖을 나가는가 싶더니
탓 할 대상을 찾은듯 하다. 한 발 나간문을 다시 열고 들어오시면서 "진작에 약 줄때 설명했으면 내가 버스 다시 갈아타고, 더워죽겠는데, 다시 오는일이 없었을건데 설명을 안해주니 알수가 있나!"
이젠 아까보다 더 흥분하여 말의 두서도 없고, 자가발전 직전의 상태가 되어 누구든지 덤벼의 전투 자세다.
이 말에 한사랑약국에서 근무하는 흰 가운의 약사 4명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이미 이런류의 상황을 한 두번 겪은것이 아닌것같다.
이렇게 소란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2분여 후 아까 그 "소란"께서 다 시 문열고 들어오셨다.
약국안의 모든 사람들은 잠시 긴장의 상태였고, 재차 방문한 "소란"께서는
"말이야 아까 약 줄때 진작에 설명했으면, 내가 힘들게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되고, 버스다시 안타도 되고, 더워 죽겠는데, 열받아 죽겠네" 의 말을 반복하여 큰소리다.
참으로 다행인것은 이 때 약사중 누군가가 한 마디
"아까 약 드릴 때 설명해 드렸는데, 그 때는 이해를 잘 못하신거 같아요" 했으면 또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분들의 경험치는 이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은 "침묵"이라는것을 잘 알고 계신 듯하다.
만세!
더 이상의 '소란' 재료가 없어 제풀에 지친 '소란"께서는 물러나고 한사랑약국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제 내가 약 탈 시간이 되어 약사님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전해야 될 시간이다.
""아까 약 드릴 때 설명해 드렸는데, 그 때는 이해를 잘 못하신거 같아요 라는 말을 아무도 안하시던데 너무 잘 하신것 같아요. 설명한 장면을 CCTV보여 드려봐야 소란만 길어질 뿐인데, 모두 잘 대응하시네요"
라는 칭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제 환갑을 넘긴 필자는 이들에게 은근히 쌓인 스트레스를 원천봉쇄해야 될 사회적 책무를 갖게 된것이다.
잔소리는 접고, 칭찬은 용기를 내고!
약을 받은 후 유리문을 밀고 나간 틈 사이로 약사들끼리의 대화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은 다 알고 계시네~"
이제 막 환갑을 넘긴 필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2023.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