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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초롱 Mar 06. 2024

물고기 잡기가 체험이라고

킨텍스 상상체험 키즈월드를 다녀와

일산 킨텍스에 설치된 3000평 대규모의 상설 실내놀이터가 3일 전에 종료되었다. 바로 상상체험 키즈월드. 송도,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일정 기간 동안 대형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영유아기 자녀가 있는 분들이면 한 번쯤 들어봤고, 가볼까 고민하게 되는 곳이다. 하루 종일 놀 수 있고, 퇴장 후 재입장 가능, 외부음식 반입이 안된다고 쓰여있지만 눈치껏 도시락을 싸 올 수 있고, 안에서도 각종 먹거리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인기가 꽤 많다.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되고 멈췄던 상상체험 키즈월드도 재가동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라 작년부터 눈여겨봤다. 오픈런은 기본이고 종일 있기 위한 돗자리 경쟁과 놀이기구를 타기 위한 지루한 기다림 때문에 선뜻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장애아양육지원 이벤트로 무료 티켓을 얻었다. 사람들을 피해 평일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 두 명이 합심해서 줄 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지막까지 날짜를 미루다 마음을 다잡고 휴일에 방문하게 됐다.


후기를 몇 개 본 지라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더 대단해 보였다. 2층에서 입장해 내려다보는데 거대한 아이들 제국이라고나 할까. 덩달아 신이 났다. 물 위에서 타는 보트나 수중다람쥐통은 겨우 몇 분 이용하지만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부+모, 분리와 합체가 가능하니 신나서 방방 뛰는 아이를 위해 줄을 서본다. 각성 효과와 더불어 에너지를 불어줄 커피를 쪽쪽 마시며 한 명이 기다리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아이를 데리고 그나마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회전그네, 기차, 바이킹, 아니면 앞으로 위로 방방 뛰어다닐 수 있는 대형 에어 바운서로 향한다. 아이가 기운차게 놀수록 '오늘은 빠른 육퇴!'가 가능하겠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거대한 장소와 인파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두세 시간쯤 지났더니 대략적인 위치도 머리에 그려졌다. 그 큰 공간이 내 집 앞마당이 되어갈 때쯤 안내지도에는 없는 공간에 아기들이 놀만한 작은 수영장이 5개가 보였다. 모두 붉은 물결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세워져 있는 배너에는 '물고기 잡기'라고 쓰여 있었고, 7,000원을 추가로 내면 시간제한 없이 금붕어를 잡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에어바운서에서 아들이 뛰노는 동안 곁눈질을 해댔다. 투명한 일회용 컵과 뜰채가 있었다. 아이들은 사각 프레임 옆에 앉아 물고기들을 낚아챘다. 뜰채에 떠진 금붕어가 공기 중에서 팔딱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 통 한가득 검은 눈동자가 가득 찰 때까지 채우다 보호자나 직원의 말에 아쉽다는 듯 풀어주고 곧 다시 가득 담기 시작하는 아이, 물 안을 뜰채로 마구 휘젓는 아이들이 보였다.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차마 뱉지 못했다. 뭐라고 해야 되지. 버젓이 돈 주고 경험하라고 있는 장소가 아니었던가.  


곁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한 통에 5마리가 되면 풀어주세요. 손으로 만지지 않기, 뜰채로 휘두르지 않기, 생물을 통한 체험이니 아껴주고 소중히 다뤄 주세요.' 아무도 그 글에 눈이 머물지 않았다. 이미 놀잇감으로 나온 물고기들을 정말 소중히 대하길 바라며 써놓은 건지, 아니면 나 같은 진상고객에 대비한 문구이려나. 카운터에 있는 유일한 직원 한 명은 상품을 안내하고 결제하기도 바빠 보였다. 과연 저 물고기들이 살아 있다고는 생각할까. 아이들은 이 체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 걸까. 이 행사가 끝나면, 소명을 다한 금붕어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나는 동물 인권에도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공원에 아이들보다 뛰노는 강아지들이 더 많아 서로의 엉덩이에 코를 갔다 대고, 유모차에 옷을 치장하고 앉아있는 애완견들에 좋은 시선이 가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표정 없는 금붕어 떼들이 내 목을 조이는 기분이었다. 사람들 먹거리로 가혹한 환경에서 사육당하는 동물들을 비판하며 그린 인간 사육 장면도 떠올랐다. 이건 식량을 구하는 행위도 아니고 그냥 유흥거리일 뿐이었다.


불쾌하고 무거운 마음을 남편에게 토로했다. 짝꿍은 자연의 섭리라고 보는 이도 있다고. 우리가 감히 누가 불쌍하다 판단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라고 했다. 그래, 물가에서 재미로 물고기 잡고 풀어주는 경우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래도 야생동물 전시도 금지되는 상황이잖아.


우리는 마감시간 전까지 뛰어놀았다. 살아 있는 물고기들을 지나 모형의 낚시체험 만으로도 충분히 즐기고 떠났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부디 계속 살아 있어 주길, 다음 해에는 이 체험만큼은 사라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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