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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좋든 싫든 간에..

하이브 vs. 민희진의 분쟁을 보며

평소 K-pop을 즐겨 듣지도 않고 별 관심도 없지만, 최근 며칠은 너무도 많은 하이브와 민희진 관련 기사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탓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이브가 상장을 했을 때, 공모주 청약을 위해 일시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기억 이후로 거의 처음이다. 그때도 고평가논란이나 BTS 이외에 별 다른 성장동력은 모자란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었고, 필자도 이에 동감하여, 상장이 되자마자 청약으로 받았던 몇 주 안되는 주식을 미련없이 정리했었다. 실은 엔터주에 대한 못미더움이 더 컸다. BTS라는 레전드급 초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스타급 아이돌(또는 아티스트)의 생산이 가능할까 하는 근원적 의구심이었다. 아이돌 그룹은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아니잖나. 


하지만, 하이브는 필자의 우려나 의구심과 상관없이 BTS 뿐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을 시장에 내놓으며, K-pop팬들의 니즈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기대도 충족시키며 성장해 온 것으로 보인다. 공인회계사로서 하이브의 사업보고서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총자산이 5조 3,456억, 매출액은 2조 1,780억, 영업이익 2,956억에 연결대상 종속회사만 65개가 된다. 그렇다. 말 그대로 대기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민희진씨가 대표로 있는 어도어도 하이브가 8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연결대상 종속회사 중 하나다. 


그럼, 어도어의 재무제표를 좀 살펴보자. 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어도어는 2021년 11월 2일을 분할기일로 주식회사 쏘스뮤직 레이블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어 설립되었다고 하니, 1기는 두 달 밖에 안된다. 즉, 설립 2년 남짓에 매출액이 1,100억, 영업이익이 335억을 달성했다! 뉴진스의 인기가 역시 대단하구나 싶다.


매출액 1,100억에 영업이익 335억이면 영업이익율이 30%가 넘는다. 영업비용 중 지급수수료가 290억 정도 보이는데, 판관비로 분류된 28억을 제외하면 260억 정도가 뉴진스 멤버들에게 정산된 수수료로 추정된다. 전속계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당 50억이 넘는 셈이다. 이렇게 나눠주고도 300억이 넘게 남았으니, 엔터테인먼트사마다 얼마나 이런 스타 그룹을 만들어보고자 애쓸지 쉽게 짐작이 간다. 


어도어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추정이 언급되고 있다. 민희진 대표가 가지고 있다는 풋옵션의 가치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말이 많다. 대략 2023년과 2024년 영업이익 평균에 13배의 멀티플로 계약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을 민희진 대표는 30배로 높여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2023년 영업이익이 335억이니, 2024년도 유사하다고 치고, 여기에 13배만 해도 4,355억이다. 18%면 784억이니 엄청난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 민희진 대표가 요구했다는 30배를 적용하면 1조가 되고, 이것의 18%면 1,800억이 될 것이다. 대충 찾아보니 엔터사의 경우 추정PER 기준으로 가장 낮은 회사가 13배 정도 되고, 하이브는 30배, 평균적으로는 20배 정도되는 것 같다. 그러니, 요구수준이 높긴 하지만, 꼭 얼토당토않은 요구는 아니지 싶다. 결국 당사자들의 협상력에 따라 결정이 되지 않겠는가?


당연하지만, 민희진 대표측의 풋옵션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이브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약정사항에 관한 공시가 있다. 


(8) 당사는 종속기업인 주식회사 어도어의 지분투자와 관련하여 비지배지분 20% 일부에 대해 풋옵션을 부여하는 주주간 약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일정한 조건이 충족할 경우에 한하여 거래상대방이 보유한 비지배지분 20%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사는 주식회사 어도어의 지분투자와 관련하여 해당 비지배지분 20%에 대해 주주간 약정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 및 공동매도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source: (주)하이브 사업보고서, 2024.3.22)


‘노예계약’인지 아닌지는 주주간 약정의 세부사항을 봐야 하겠지만, 공시된 내용만으로는 솔직히 좀 일반적인 형태로 보인다. 즉, 필자가 보기에 이런 저런 장치들 – 어도어 일부 지분의 저가 양도, 풋옵션의 부여 등 -은 대리인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반적 접근들이란 말이다. 하이브 입장에선 주인(주주)의 이해관계와 고용인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으니, 고용인을 비록 대주주는 아니지만 지분을 줘서 공동의 소유주로 만들어줬고, 한몫 크게 챙겨서 exit 할 수 있는 풋옵션도 부여해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달이 났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며 공개적으로 감사에 착수했고, 며칠 뒤 민희진 대표는 그런 시도는 없었고, 내부고발을 하자 반격당한 것이라며 희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진스가 컴백하기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들이다. 솔직히 양측 모두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행동들이다. 


이 사태와 관련해서, 정말 다양한 반응과 해석이 나왔고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탐욕, 경쟁심리와 질시, 고용인과 고용주간의 갈등, 창작자에 대한 대자본의 착취와 불공정한 분배, 팬덤의 분노, 세대간 갈등과 젠더이슈까지. 대중의 찬반논란도 끊임이 없다. 


필자는 이러한 논의가 소모적이고 쓸모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분명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 쪽이다. 다만, 지금껏 여러 차례 봐 왔듯이 결국 돈의 논리가 이길 것이라 예상한다. 숫자에서 확인했듯이, 뉴진스라는 걸그룹은 팬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도어라는 회사와 그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하이브에게 그리고 하이브의 주주들에게 이미 너무 중요하다. 재무제표를 다시 보라. 2023년만 해도 하이브의 영업이익이 3천억인데, 어도어의 영업이익이 3백억이다. 2024년은 더 벌어들이지 않을까? 필자가 보기에 어도어는 이미 주요한 자회사다. 


따라서, 좋든 싫든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돌아온 뉴진스는 성공을 이어가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하이브도 그렇고 민희진 대표도 최선을 다해 뉴진스를 성공시킬 것이다. 이것이 자본의 명령이니까. 그리고 이것이 반드시 하이브나 민희진 어느 쪽의 승리 또는 패배를 뜻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양측은 곧 갈라서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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