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그룹회장의 이혼소송을 보며 든 단상
‘SK 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 3808억 재산분할 판결’ 이란 뉴스를 본 것은 주식시장이 끝난 오후 4시 정도였다. ‘앗, 이러면? (주)SK 주식 사야겠다!’라는 생각에 주식차트를 찾았다.
‘허허.. 역시’
속보가 나온 시각 이후 10% 가까이 상승을 한 상태였다. 그 다음날도 11%이상 올랐다.
뭐 필자든 시장이든 로직이야 비슷할 것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라는 게 알만한 사람은 다 알듯이 소버린 사태 이후 지배구조를 꾸준히 정비해왔지만 최태원 >> (주)SK >> 그룹사로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우호지분을 다 합쳐도 (주)SK에 대한 보유지분이 30%가 되진 못한다. 시총이 약 12조.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17.73%이니, 대략 2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주)SK에 대한 보유지분을 방어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재산이 있어도, 주요한 것은 (주)SK에 대한 지분일 것이고, 재산분할로 1조 4천억을 내놓게 되었으니, 당연히 (주)SK 보유지분에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주식담보대출이니 SK실트론 비상장주식 매각 등이 거론되더라도, 1조 4천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 말은 지금 상태로도 확실하게 안정적이지 않은 지배력이 흔들리며 경영권분쟁이 재현될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니, 투자자 입장에서 이건 호재다! 라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필자는 공인회계사 겸 세무사니까 세금이나 추가 비용 이야기를 좀 하자.
우선 노소영 관장은 자신이 요구한 것은 재산의 분할이지 회사의 분할이 아니고, SK의 경영에 직접 참여할 의사도 없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1심에선 주식분할을 요구했지만 2심에선 현금정산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 이혼을 할 때 현금으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주고받는 것은 세무상으로 가장 깔끔하다. 결국 재산분할이란 게 혼인 기간 동안 자신의 기여로 형성한 재산을 가져오는 개념 즉, 원래 자기 것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라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재산을 받는다고 해서 증여세를 내거나, 소득세나 양도세를 내는 것도 아니란 말이다. 위자료도 유책배우자 때문에 다른 배우자가 받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라 이 또한 소득세 등의 과세대상이 아니다. 노소영 관장이 판결에 따라 1조 4천억의 재산분할과 20억의 위자료를 현금으로 받게 되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한편, 자문 변호사들은 5~10% 성공 보수를 받게 된다고 하던데, 그러면 7백억에서 1천4백억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노소영 관장과는 달리 이들은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에 4대보험 증가분까지 하면 50%이상은 몽땅 세금이다.
그나저나, 문제는 최태원 회장쪽인데, (주)SK주식의 반을 내놓으라는 1심때의 주장과 다르게 2심에선 노소영관장측이 현금을 내놓으라고 했고, 법원도 그렇게 판결을 했으니 그야말로 현금 1조 4천억을 마련해야 한다. 대법원이 최종판결을 내리고 나면 그 날부터 이자도 붙는다.
그럼 어떻게 현금을 마련할까? 뭐 간단하게는 보유한 (주)SK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있더라도 원금을 갚을 때까지 이자비용이 얼마나 될까? 연 5%라고 해도 1조 4천억이면 700억이다. (주)SK의 사업보고서를 보니, 2023년 연차와 중간배당액이 2,787억으로 나온다. 3천억이라치고, 최태원 회장의 지분 18%를 적용해도 580억 정도나 배당으로 받았을 테니, 이자비용도 안되는 수준이다.
비상장주식의 매각도 거론된다. (주)SK실트론의 지분을 30%정도 가지고 있고, 대략 그 지분의 가치는 5,000억~1조 (비상장주식이라 공정가치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팔려면 최초 취득가와 매도가의 차이인 양도차익(매도가액 8천억 - 취득가액 3천억 = 양도차익 5천억이라고 가정하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대주주에 중소기업도 아니며 과세표준이 3억을 초과하니 25%의 세율이 적용될 것이고, 이것만 해도 1,250억은 세금이다. 여기에 양도소득세의 10%를 내야 하는 지방소득세와 양도가액(즉 매도가액 8천억)의 0.35%를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는 덤이다. 만약 이렇게 해도 부족해서, 추가로 보유한 이런 저런 부동산을 파는 경우, 1가구 1주택이 아닌 이상 이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듯, 1조 4천억을 현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세금이든 이자든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SK지분의 일부라도 매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법원에서 1심때처럼 (주)SK의 지분은 혼인 후 공동형성한 자산이 아니라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고 판결해 주길 매일 밤 기도하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상황에 밀려 지분매각을 강제(?)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주)SK 주식은 좀 사야겠다. 경영권분쟁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또 최태원 회장 입장에선 돈 나올 구멍 중 주요한 것이 배당이니 (주)SK가 중간배당을 포함해서 앞으로 배당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 투자할 만하지 않나? 주가가 괜히 오른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