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죽음을 생각하라.
직업 탓일까, 나의 성향 탓일까 아니면 부모님을 조금 일찍 떠나보낸 까닭일까. 나는 죽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 순간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를 자주 생각해 보곤 한다.
나의 아버지는 췌장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러셨다.
“ 죽는다는 것이 두려워.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의사로서 지켜본 죽음도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다.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내가 봐온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내일 죽는다는 것을 절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죽음이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그게 내일이라는 것은 알지 못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 모른다는 것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일지도 모른다. 호스피스 병동의 말기 암 환자들까지도 그렇다. 내가 내일 죽기를 선택하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는 것,그것이 바로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가끔 아침에 눈을 뜰 때,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뭐 하는 거야! “
라는 내면의 소리가 나를 깨우기도 한다. 병원에서 허무하게 내 손을 떠난 환자의 죽음을 겪은 다음 날엔 더욱더 그러하다. 잘 치료 받고 살아 돌아오길 바라며 전원한 환자의 죽음 소식도 그러하다. 어제까지 나와 마주치던 눈빛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나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는 아직도 환자의 죽음 앞에서 의연하지 못하다.
메멘토 모리.
항상 죽음을 생각하라.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내일이 생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라.
다시 한번 생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더 사랑하고 더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생의 의미임을 명심하라.